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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람

by 이혜연
흔들리는 바람

어젯밤부터 머리가 아프다던 둘째는 자기 전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밤새 뒤척이며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잘 때마다 다리를 주물러주었는데 아플 때는 새벽에도 계속 몸을 마사지해 달라 조른다. 덕분에 잠을 잔 건지 밤을 더듬거리며 헤매다 꼴딱 지새웠는지 모르는 상태가 돼버렸다. 머릿속에서 어지러운 바람이 댕댕거리며 종을 울리는 것처럼 옆머리가 아프다. 등교하기 전 병원에 갔더니 초기 감기라는 말에 약을 지어 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프니 데려갈 수 있으면 데려가라는 말에 급하게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 어리면 엄마의 하루라는 것은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 사정없이 흔들린다.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커다란 행복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텅 비어버린 시간마저도 삶이 주는 축복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휘둘러지는 시간들도 아이들이 커버린 후엔 그립고 예쁜 날들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니 좀 더 휘어지자. 좀 더 유연해지자. 삶이 주는 작은 변수들에 마음을 써보자. 흔들리는 바람에 꽃 향기는 더 멀리 날아갈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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