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을 넘기고 4일 차 석촌호수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바라보는 호수는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하루하루 색이 변하고, 바람도 바뀌고 있다. 근력운동 후 물도 마실 겸 항상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데 카페로 가다가 황당한 표지판을 보았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인구 밀도가 높으며, 번화한 송파 한가운데 석촌 호수에서 운동을 한다. 그런데 오늘 그곳에서 '주의!! 뱀 출몰 지역!'이란는 경고문을 본 것이다.
아이들과 산책하면서 황금 도마뱀은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개구리 소리나 풀벌레 소리를 종종 듣지만, 그곳에서 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벌레와 다른 먹을 것도 많고 물도 있고 풀 숲도 우거져있으니 뱀이 서식하기에 나쁜 장소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대도시든 시골이든 먹을 것과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다면 어디서 살지는 뱀의 순수한 선택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뱀은 어떻게 거기까지 이사를 오게 됐을까? 어쨌든 뱀이 나온다는 경고장을 보고 난 후 황톳길 맨발 걷기가 조금 무서워졌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의식이라는 경계도 하나의 단어, 한 개의 질문으로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과학을 보다'에서 우주의 팽창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팽창이란 것이 우주에 있어서 내가 바깥에서 보는 개념이 아닌 안에서 바라보는 상태여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점점 넓어지는 우주 안에서 중심은 바로 나이고 빅뱅이 일어나는 곳 또한 지금 여기라는 설명이었다. 과학을 알지 못하던 때의 내가 얼마나 겉핥기식 이해를 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이야기였다.
내가 서 있는 곳, 홀로 서있음이 가능해야 내 우주도 나를 구심점으로 더 안정적이게 확장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오래 살았더라도 나 자신이 아는 그 너머를 계속 탐구하지 못한다면 좁은 구덩이에 빠져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