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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과를 받아줘

by 이혜연


아이야.

이 험한 세상에 널 이끌고 왔을 때 나는 훌쩍 어른이 되고 싶었어. 몸만이 아닌 많은 것들을 품어줄 수 있고 마음을 삭힘 없이 너를 더 끌어안고 넓은 품으로 거둘 수 있는 진짜 어른 말이야. 그런데 해가 갈수록 나는 어른이 아닌 고집세고, 내 주장만 강하고, 급한 일엔 윽박지르는 못난 아이가 되고 있는 기분이야. 오늘 아침도 분명 나는 어른이 아닌 짜증 나고 성질 급한 아이로 여린 너를 할퀴고 마음에 불안을 심어주었던 것 같아.


미안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늙은 어미가 미안해.

잘 못했어. 아직 감정에 휘둘러 거친 물살로 하염없이 너를 할퀴고 지나가는 못난 어미가 미안해.

사과할게. 어른이 되지 못하고 아직 미숙한 나라서, 그래서 아팠을 너에게 사과할게.


이런 엄마여도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너에게 감사해.

그 사랑을 등불 삼아 조금 더 나 스스로를 넓혀가며 어른이 되어볼게.

그래서 너에게 진짜 넉넉하고 포근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아껴주고, 더사랑스럽게 너를 바라볼게.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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