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

by 이혜연
아름다운 정원

그립고 아름다운 비가 오는 가을 오후. 맑은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몸을 녹이며 가을 빗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햇볕이 잘 안 드는 담벼락 밑의 국화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어쩐지 작은 봉우리 가득 쌉싸래한 가을향이 나는 듯합니다. 쑥부쟁이의 보랏빛도 노란 가을빛의 국화도 아름답지만 고요한 정원에 내리는 가을비 소리만큼 마음을 채우는 것도 드물 것 같습니다. 아이들 하교시키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일주일 식량을 위해 마트 가는 길, 그 길 따라 자꾸 새어 나오는 옛 노래가 낙엽송들 사이에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친구의 집에 걸릴 그림을 물감작업하는데 원색의 꽃들을 그리는 중이라 빨갛고 노란색에서 받는 위안이 큽니다. 제가 받는 위로만큼 친구집에 가서도 집주인들의 안녕과 평안을 주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리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입니다.

열렬히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슴속에 떠오르는 작은 파편 같은 인연이라도 잊히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맘껏 그리워하시길 바랍니다. 그 작은 씨앗이 마음속에 남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당신의 가슴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줄 테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상한 나라의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