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인사동은 각양 각지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행객들과 방문객들, 각종 행사를 알리고 물건을 사고파는 다양한 무리가 펄떡펄떡 삶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활기차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풍경이었다.
아이는 신호등 앞 작은 표지석 같은 바위에 엄마와 다른 방향으로 돌아앉아 뭔가 불안한 듯 불만스럽고 위태롭게 전방을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구경이라기보다는 보호막을 치고, 신경을 곤두선 모습이 조금 위태롭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떠나온 곳과 맞지 않는 계절이었는지 짧은 소매옷이 더 추워 보였다. 떠나왔다는 것, 언제든 이쪽에서 저쪽으로, 내가 알던 세계에서 너무나 낯선 곳으로 움직일 수 있고 한순간 바뀔 수 있는 것이 인생이란 걸 아이는 알아버렸을까. 오늘 아침은 여름이었는데 한숨 자고 났더니 바람이 차갑게 식은 가을 거리 한 복판이란 걸, 그렇게도 인생은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까.
낯선 곳에서의 나는 문 앞의 작은 물약을 먹고 훌쩍 작아져버린 것처럼 존재가 쪼그라들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온 방바닥을 눈물로 채우진 않았지만 가슴속 가득 두려움으로 울고, 또 울다 마음속은 찰방찰방 눈물로 숨을 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낯선 거리, 알아듣지 못하는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우리는 때로 이상한 나라의 낯선 문들을 아무런 대비도 없이 벌컥 열어버리는 그런, 어떤 날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