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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30. 2024

성군

성군

나는 가끔 폭군이 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스스로 괴롭고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때가 있는데 엄마인 내가 아이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끼며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을 때다. 그 상황이 끝나면 구겨진 쓰레기처럼 성난 표정으로 남겨진 내가 보일 뿐이다. 감정적으로 아프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해 봐도 왜 항상 실패하게 되는 걸까. 육아를 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잘 포장해 왔던 민낯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울컥한 감정이 쏟아져 나와 그걸 '잘못된 길로 갈까 봐' '네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여러 번 경고를 줬는데도 말을 안 들어서'와 같은 이유로 포장하기 바쁠 때도 있다. 


역사적으로 성군은 별로 없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있는 듯 없는 듯한 권력을 가지고서도 어느 시대보다 백성들의 삶이 평안하고, 그들이 꿈을 꾸며 살 수 있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 아이들과 신랑으로 구성된 내 가정 안에서도 폭군인 내가 논할 일은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이때 먼 이국땅이나 우리 땅에서도 이제 그만 성군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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