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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1. 2024

향기로운 바람

향기로운 바람 

봄꽃의 향기로움보다 마른 낙엽의 향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온 도시에 맑은 아메리카노 향이 배긴 것 같다. 쌉쌀하고 입 끝이 개운해지는 바람 사이로 색들이 날아다닌다. 거리를 뒹구는 작은 햇살 파편들이 신의 빗자루에 이리저리 쓸리다 가을 한구석으로 우르르 몰려 간다. 파란 하늘에 빗대어 뒤척이는 붉은색과 노란색들의 떨림을 보고 있자면 평일 오전 시간을 오롯이 홀로 즐길 수 있는 생에 감사한다. 내 옆기기의 수고와 아이들의 성장과 나의 치열했던 과거의 몸부림들이 지금의 시간을 선물로 준 것만 같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그리워지는 이 하나 없대도, 당신이 있어서, 당신 덕분에 더욱 아름다운 날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저 멀리 바람이 당신의 향기를 가득 싣고 오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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