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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21. 2024

잠시 기대어

잠시 기대어

새롭게 시작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1월은 가고

2월은 아직 운동화끈을 못 묶어

그냥 보내버렸다


꽃바람에 살랑대던 가슴으로 3월이 흩어지더니

벚꽃 만개한 길 위로 비가 우수수 쏟아지며

4월이 갔다


곁에 있지만 늘 잊어버리는 가족과 함께 5월을 보내고

조금씩 짙어지는 나무의 색에 감탄하며 6월을 보냈다


이른 더위에 헐떡이며 7월을 지나고

8월은 뜨거운 태양에 인내심이 다 타버려

온갖 짜증을 토해내다


가을바람이 불어올까 하는 기대감에 9월을 기다리고    

붉게 물드는 단풍처럼 짧은 10월이 지나갔다


한해의 끝을 맺는 12월을 앞에 두고

잠시 11월에 기대어

어제를 돌아본다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이정표를 세워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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