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듣곤 한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과학을 보다>와 세상의 모든 지식 제공 <언더스탠딩>, 일생동안 읽어야 할 백 권의 책 <일당백>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세 프로그램 모두 각자의 개성을 뚜렷이 담고 있고 출연하는 패널 역시 인사이트가 대단해서 듣고 있다 보면 까막눈이 'ㄱ', 'ㄴ', 을 읽듯 단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가끔 더 궁금한 것들은 도서관에서 관련책들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시간도 부족하고 의지도 약해져 나태해져 있는 상태다.
어젯밤에 어떻게든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자겠다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크리스마스트리밑에 준비해 둔 선물을 놓아두고 잠이 들었다. 피곤한 엄마와 다르게 둘째의 두 방망이질 치는 심장은 휴일 새벽 6시에 아침을 열었고 일 년 동안의 착한 일들의 표상인 선물이 반짝이는 트리 밑에서 빛나는 것을 본 순간 폭죽처럼 환호성을 내지르게 했다. 당연히 강제 기상이 될 수밖에. 일찍 일어난 새가 일이 많다고 했던가. 아침부터 새송이 말은 차돌박이를 굽고, 크리스마스 기념 케이크를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셔도 오전 11시. 아이들이 노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엽서와 키링 만들기도 해 보고, 스마트스토어를 하게 될 때 필요한 것들을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그러다 <언더스탠딩>에서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재벌>이란 문구가 눈길을 잡아 듣게 된 영상에는 노인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춘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늘어나는 노인층이 더 두터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공과 하는 일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는 상황에서의 교육에 대한 방향 같은 걸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재밌게 시청했다.
오래된 영화 중에 <요람을 흔드는 손>이란 작품이 있었는데 우리 시대에는 노인들의 시간을 쥔 자들이 새로운 세계의 부를 쥘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재미없는 으른의 크리스마스라니 한탄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