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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by 이혜연

지독한 감기로 삼일을 앓았습니다. 며칠씩 운신을 못할 정도로 아파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 감기는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따뜻한 방구들에 허리를 뉘이고 하루종일 누워 있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약속이 있어 강동아트센터에 왔습니다. 조금 살만하니 할 일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천일을 넘게 쉬지 않고 그려온 그림을 좋아진 컨디션으로 그릴 수 있는 기쁨과 감사함이 더 와닿는 하루였습니다. 천천히 준비하면 이렇게 바쁘지 않았을 크리스마스 준비가 하루 종일 선물을 사고 케이크를 고르고 포장을 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는 두 아들을 위해 썰매를 끌고 온 세상을 하루 만에 완주해야 하는 산타 할머니가 된 것처럼 날아다녔습니다. 내일 아침엔 기대에 가득 찬 설레는 웃음을 아이들에게 안겨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한 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느 순간 일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일 년같이 구분이 모호해지는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다행히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 마음을 살피며 걷는 하루하루는 새삼 뜻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나 봅니다. 심드렁한 12월 24일이 아닌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크리스마스이브로 아이들은 오늘을 살아갈 테니까요.


강동아트홀 - 뮤지컬 <산타할아버지와 빈양말>
강동아트홀 숲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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