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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춤

by 이혜연


저마다의 춤

맵쌀과 찹쌀 현미를 섞은 잡곡밥에 육수를 부어 밥을 짓고 맛살, 깻잎, 계란, 당근등을 채 썰어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상상나라에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김밥과 과일로 도시락도 준비했죠. 긴 겨울 동안 갇혀있던 우리들을 위해 넉넉히 준비한 덕분에 세입자분들도 나눠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상상나라는 많은 부분이 변해있었습니다. 1층엔 청사해를 맞이해서 뱀의 허물을 볼 수 있게 전시해놓기도 하고 뱀의 비늘모양을 그려볼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뱀 모양의 하얀 종이에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리는데 모두가 다른 뱀을 그리는 것이 각자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하얀 도화지처럼 공평하게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저마다의 패턴으로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어제와 오늘 또한 조금씩 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게으른 자들의 하루는 반복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구하지 않아 물살이 흐르는 대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배를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꾸는 자들은 물살을 가르며 하루하루 벽돌을 쌓듯 꿈을 향한 디딤돌을 만들어 가며 어제와 오늘의 풍경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한정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 있고 풍성하게 살아내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받은 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열정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 뜨겁게 오늘을 즐길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만의 뱀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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