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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가 있는 아침

by 이혜연
민들레가 있는 아침

이제는 빈 껍데기만 남은 고향집 마당에는 봄마다 하얀 민들레와 노란색 민들레가 가득 피어난다. 생명력과 번식력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민들레는 하나만 옮겨 심어 놔도 다음 해엔 빈틈없이 그곳을 장악해 버린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봉숭아, 채송화, 철쭉등이 골고루 봄을 보여주었는데 돌보는 이 없는 곳엔 민들레만 가득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흰 민들레는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약으로 쓰겠다고 일부러 옮겨 심은 것들이 외래종인 노란색 민들레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어서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흰색민들레 꽃말은 <내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다. 생전에 뿌려두고 간 민들레가 필 때쯤 소천하신 엄마에게 다시 사랑을 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부엌 한편에 둔 엄마사진을 보며 항상 감사인사를 드리곤 한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엔 엄마처럼 포근하게 키우지 못하는 나에 대해 반성과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신랑과 투닥거릴 때는 엄마 사진을 보고 험담을 한다. 그러면 함께 놀러 갔던 영산강변의 노란 꽃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토닥거려 주신다. 이생에서의 인연을 다하고 가셨지만 지금도 엄마는 내 엄마로 여전히 나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날이 따뜻하면 곳곳에 민들레가 필 것이다.

노란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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