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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운 봄

by 이혜연
바람이 차가운 봄

학교 다닐 때나 직장에서 나를 본 사람이라면 분명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낯을 가리고 사람들 있는 곳을 쑥스러워하는 나는 사회적 외향인일뿐 지극히 내향적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이불속에 누워 있는 것 또한 애정하는 것 중에 하나다.


며칠 일과 운동을 힘껏 했더니 아르바이트가 없는 오늘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안 쓰던 근육들을 써서인지 어깨도 아프고 몸도 무거웠는데 잠깐 아이들 마중을 나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면 바람이 몹시도 차서 몸을 한껏 말아 쥐어야 했다. 가녀린 목련의 흰 목덜미도 파르르 떨리고, 봉긋거리던 벚꽃도 갑작스러운 찬 바람에 다시 움츠러든다. 자전거를 스치는 바람이 문방구 칼처럼 얇게 피부를 가르고 가는 느낌에 피부가 쓰라린다. 그렇게 때아닌 늦추위에 오소소 한기를 느끼는 봄날이다. 하지만 놀이터에 도착하니 거긴 생기 가득한 숨들이, 얇고 가볍고 경쾌한 웃음들이 바람을 가득 채우며 춘풍을 휘젓고 있다.


게으른 어미의 변명 같은 추위가 생명 가득한 아이들에게 옮길까 저어 되지만 저 웃음에 한 번에 마음을 데우며 바람 끝에 느껴지는 향기에 취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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