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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도베르만에 염소 뿌리기

by 이혜연
다 된 도베르만에 염소 뿌리기

새벽녘 둘째의 숨소리에 열감이 있어 열을 재보니 38.5도가 넘어갔다. 요사이 초기 감기 증상이 있더니 어제 아빠랑 수영장에 다녀오면서 조금 심해진 듯했다. 해열제를 먹이고 잠이 깬 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새벽 4시. 한참 여명이 밝아오고 햇살이 창가 가득 넘쳐흐를 때쯤 하나 둘 잠이 깨기 시작했다. 둘째가 일어나 부스럭거리니 첫째도 일어나 함께 놀았다. 두 아이의 소란스러움에 남편이 잠도 덜 깬 게슴츠레한 얼굴로 일어나 그림 그리고 있는 나를 포옥 안아주더니 힐끗 오늘의 그림을 본다.

그러면서 하는 말.


"그런데 염소는 왜 그렸어?"


아...........

창작의 고통은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온다.

새벽녁 혼자서 고민하고 의미를 두었던 모든 시간들이

염소 한 마리가 등장하면서 와르르 무너지고

어지러운 상념만 남았다.

봄이 열에 들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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