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 밀밭에서 만난 여우는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엔 곁눈질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서 하루하루 조금씩 참을성 있게 간격을 좁혀 다가와 달라고 한다. 그리고 말은 되도록 적게 해 줄 것을 당부한다. 수많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것들과는 다른, 여느 시간과는 다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의식을 해달라며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좋을 거라 말한다.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주지만 결혼을 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 결혼 13년 차가 되어보니 곁눈질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는 부부간에도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심동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서로를 살피며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부부관계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말도 적당히, 예의를 갖추고 되도록이면 얼굴에 미소를 띠며 하는 것이 남편에게나 부인에게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오래된 부부일수록 크리스마스, 새해, 생일, 결혼기념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부부의 날들을 기념하는 것이 서로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는 끈이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13년 동안 결혼기념일이면 꽃과 선무를 사주는 신랑덕에 평범하지만 한결같이 꾸준한 사랑에 길들여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