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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by 이혜연
봄바람 휘날리며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은 변덕스럽다. 갑작스레 따스해진 날들로 서둘러 꽃대를 준비시키더니 춘삼월에 함박눈을 보게 하고 방향 잃은 바람은 칼 춤을 추게 한다. 서둘러 나온 꽃잎들이 파르르 사색이 되어 떨었고,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입을 앙 다물어버렸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날들 중에도 사람들은 예측하길 원하고 계획을 짜서 흥을 돋우려 한다.


올 해의 벚꽃 축제가 오늘부터 석촌호수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은 후 축제에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매일 야근하는 신랑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꽃이 핀다는데, 하얗게 아름다운 밤을 볼 수 있다는데 이런 기회를 그냥 바람결에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을 즐기지 않으면 다음은 너무 늦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바람이 있어도, 꽃이 아직 덜 여물었어도 봄밤은 여전히 설레고, 따뜻한 햇살 속에서 아이들은 쑥쑥 자라 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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