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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피어난다

by 이혜연
봄은 피어난다

앵초, 조팝나무, 양지꽃, 홀아비꽃대까지 봄이 깃든 모든 곳에서 하얗고 조그마한 요정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노래를 한다. 연분홍빛으로 물들인 벚꽃이 한가득인 날들에도 낮은 곳, 조그만 자리를 잡은 아이들이 속속들이 깨어나 봄을 노래하는 요즘이다.


어제 무리를 해서 자전거를 탄 탓에 몸살기가 있어 운동을 쉴까 하다가 가는 봄을 잡을 수도 없고 하루하루 절정에 달하는 풍경을 놓칠 수도 없어서 잠깐 앉아있다가 오더라도 눈인사라도 건네볼 양으로 석촌호수로 나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 있었다. 모두들 도심 한가운데서 환하게 피어있는 꽃천지를 배경 삼아 열심히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피곤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진 나는 천천히 걸어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바람에 하얗게 춤을 추는 꽃등성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한참 멍 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러 자세히 보니 작년 늦가을즈음에 그렸던 강아지 주인이 애타게 내게 손짓을 했다. 언젠가 커피 한잔 하자는 말씀을 하시긴 했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닐 거라 생각해서 의아한 마음으로 다가갔더니 강아지 그림으로 냉장고 자석을 만들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신다. 가능하다고 했더니 3개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셨다. 그리고 그때 다시 만나 커피 마시자며 작별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셨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살며시 웃음이 났다.

피어나는 봄만큼 아름답게, 정다운 인연들이 함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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