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햇살이 맑으면, 상큼한 바람이 한 움큼씩 흩날리고 꽃이란 꽃은 모두 나와 말간 얼굴 들이미는 이런 봄 날이면 잊었던, 잃어버렸던, 있지도 않은 사랑이라도 만들어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봄날을 즐기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커다란 것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질 것 같아 급하게 슬리퍼라도 꿰차고 봄의 정원을 어슬렁 거려야 한다.
작년에 아이들과 여의도 벚꽃을 보려고 잠실에서 출발해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온 일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었는지 올해도 가자고 했다. 어제 내린 비는 봄을 더 선명하게 밝혀주고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 음식을 싸고 간식거리를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시야가 깨끗해서 더 아름다웠던 우리나라의 큰 강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인들과 함께 때론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많은 가족들이 강변 한편에 돗자리를 깔고 봄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둘째는 자전거를 아직 못 타기 때문에 내 뒤에 태웠는데 자전거 도로가 워낙 잘 되어있어서 어렵지 않게 한강을 즐길 수 있었다. 급할 것 없는 이 여행의 백미는 예쁜 카페가 나오면 잠깐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놀이터가 나오면 그대로 주차해서 아이들을 놀게 하며 쉬엄쉬엄 즐기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먹을거리도 충분히 싸갔기 때문에 다 먹지 못하고 가지고 돌아왔지만 눈도 즐겁고, 배도 즐거워 만족도는 백 프로가 넘어갔다.
익숙한 사랑을 하고 있어서인지 조금은 어색하고, 아직은 조심스러운 , 봄 볕처럼 연분홍빛으로 물든 설레는 사랑들이 더 예뻐 보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