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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

by 이혜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연년생 형제를 키우다 보면 기도할 일이 많아진다. 높은 곳을 보면 올라가야 하고, 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불쑥 뛰어가기도 한다. 축구를 하다 태클에 걸리기도 하고 장난한다며 서로 때리다 진짜 싸움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엄마의 기도가 하루하루 꾸준히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서로 사이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모로서는 가장 큰 바람이 될 것이다.

이제 2학년으로 올라간 둘째는 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하는데 얼마 전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했다. 당연히 엄마인 줄 알았던 녀석의 반전이 있었는데 연년생 형이 가장 좋다며 소개글을 작성한 게 그것이다. 평소에도 형아바라기인 줄은 알았지만 글로 보니 새삼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형이 하는 일은 뭐든 좋아 보이고 멋져 보이는 둘째는 홀로 독립해 방을 혼자 쓰겠다는 형에게 군말 없이 청소를 돕고 책 옮기는 걸 돕더니 자꾸만 형의 독립된 방에 가서 놀고 싶어 한다. 말로는 동생이 들어오는 게 싫다면서도 동생을 보는 눈에선 항상 꿀이 떨어지는 형이라서 더 그런가 보다 싶다.


형은 동생의 옷가지를 여전히 살펴주고 둘째는 그런 형아의 그림자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볕 좋은 날 마당을 돌아다니는 노란 병아리 같아서 더 사랑스러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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