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곡 믹스 파일이 드디어 내 손을 떠났다. 작년 4월부터 시작했으니, 작업은 꼬박 1년이 걸렸는데 음원의 총 재생 시간은 15분에서 찰랑찰랑한다. 홀가분하게 마감을 털고 나면 무슨 기분일까 늘 궁금했는데 예상과 달리 밋밋하다. 일의 미학을 숫자로 설명할 때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하찮게 보여 슬프기 때문일까.
나를 음악인이라고 소개할 때면,
“어떻게 돈을 벌어?”
때로는 ‘어떻게’가 ‘얼마나’로, 때론 ‘(벌어) 먹고살아?’가 뒤따라오는 스스럼없는 질문을 받곤 했다. 프리랜서의 불안정한 삶에 실로 조언이 필요해 질문을 한 사람도 소수 있었으나, 나의 경력을 과소평가하여 무의식적으로 물어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질문의 순의도가 읽힐 때면 늘 상처가 됐다. 그들에게 답하고 싶다.
“네 마음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걸 그냥 해.”
머리에 떠다니는 고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태도만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근데 말이야, 나도 그게 매번 쉽지 않다. 어려울 때면 항상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서 자만하지도 못하고 늘 감사하며 산다.
마음속의 말을 따라 영국 런던에 음악을 배우러 갔다. 겪은 일이 새 앨범의 시작점이고, 좋은 사람들이 영감이 되었다. 발매되기까지 기록을 남겨 두어 미래에 창작 중인 나와 다른 예술가들에게 토닥임 정도 되려 한다. 3개월 뒤엔 새 앨범이 나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확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