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언제나, 평범한 아침의 얼굴로 온다
.... “삶은 정리와 흩어짐 사이를 오가며, 그 틈마다 새벽의 빛을 품는다.”....
낙엽 청소를 했다.
어젯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노란 잎들이 마당 가득 쌓여 있었다.
바람 한 번 불 때마다, 그 잎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다시 흩어졌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한참을 쓸었다.
달빛은 희미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낙엽을 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피로가 조금씩 사라지는 소리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날의 무게를 함께 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용한 밤, 나무들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그 아래에서 나는 하루를 닫고 있었다.
빗자루 끝에 닿는 잎마다 작은 생이 있었다.
어떤 잎은 바람을 타고 멀리 도망치고,
어떤 잎은 고요히 내 발끝에 머물렀다.
그들을 모두 다 모을 수는 없었지만, 괜찮았다.
세상에는 모이지 않아도 괜찮은 것들이 있다.
그저 거기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한 것들 말이다.
밤이 깊어지자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손끝은 얼어붙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청소를 마치고 문을 닫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하루의 끝을 닦아내는 의식 같은 거라고.
삶은 그렇게, 무언가를 쓸어내며 다음 날을 준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밤새 바람이 불었다.
새벽녘에 잠시 깨어 창문을 열었더니
깨끗이 쓸어둔 마당 위로 다시 낙엽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웃었다.
그 장면이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어제 밤의 수고가 헛된 게 아니었다.
그 위에 새롭게 내려앉은 잎들은
내가 만든 빈자리 위에 피어난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정리된 자리 위로 다시 세상이 내려앉는 순간,
나는 비로소 ‘살아 있음’의 결을 느꼈다.
아름다움은 완벽한 정리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다시 어지러워지는 그 순간에 찾아왔다.
삶도 그렇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다시 흩어지고 쌓이고 흐트러진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고,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아침이 되었다.
햇살이 낙엽 위로 내려앉았다.
노란 잎들이 빛을 머금고 있었다.
밤에는 쓸림의 소리였던 것들이
아침에는 빛의 언어가 되어 속삭였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마당에 섰다.
찬 공기 속에서 숨을 내쉬자,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어제의 수고와 오늘의 평화가
같은 자리에서 포개지는 걸 느꼈다.
그때 로키가 다가왔다.
낙엽 위를 살금살금 걸으며 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의 시선 끝에는 청설모 한 마리가 있었다.
둘은 잠시 마주보다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고요히 자리를 나눴다.
바람이 불자 낙엽이 둘 사이를 스치며 흩날렸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삶이란 어쩌면, 쓸어내는 일보다 바라보는 일에 더 가깝다고.
흩어지는 잎 속에도 질서가 있고,
떠나가는 순간에도 따뜻한 연속이 있다.
낙엽은 썩어 흙이 되고,
그 흙은 다시 나무를 살린다.
그래서 낙엽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다.
삶도 그렇다.
잃고 흩어지는 일들이
결국은 또 다른 시작의 밑거름이 된다.
떨어져야 새순이 돋고,
썩어야 꽃이 핀다.
나는 빗자루를 천천히 들었다.
이번엔 낙엽을 쓸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머물기 위해서였다.
몇 장의 잎은 그대로 두었다.
흙이 되어 돌아갈 시간을 주고 싶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낙엽이 다시 흔들렸다.
로키가 그 사이를 지나며 나를 한 번 돌아봤다.
그 눈빛이 말하는 것 같았다.
.....“이 흩어진 잎들도,
그걸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도 —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