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fodils and the Elephant in

수선화처럼, 우리 안의 코끼리를 말하다

by 운조



수선화는 침묵 속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말함으로써 봄을 부른다.



요즘 수선화가 피고 있다.


아직 아침 공기는 서늘하지만, 그 노란 꽃잎들은 묵묵히 봄을 알린다. 그 꽃을 볼 때마다 나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조디 피코의 소설 『Small Great Things』 속 인물, 루스 제퍼슨. 수선화처럼 겨울을 뚫고 피어난 사람.


이 책은 흑인 산파 루스가 부당하게 살인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오랜 경력을 가진 유능한 간호사였지만, 백인우월주의자 부부의 아이를 잠시 돌봤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되어버린다. 그녀의 피부색은 그녀의 전문성과 인격을 가려버렸다. 사회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들려준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Daffodils are the first flowers to bloom after a long winter.


They’re a promise that spring will come.”



“수선화는 긴 겨울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피는 꽃이야. 봄이 올 거라는 약속이지.”


겨울을 견딘 사람만이 봄을 맞을 수 있다. 루스는 그 겨울을 통과한 사람이다. 침묵 대신 목소리를, 체념 대신 진실을 택한 그녀의 선택은 ‘작지만 위대한 일’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또 하나 강렬하게 다가온 상징은 코끼리다.


루스는 변호사 케네디에게 이렇게 말한다.


“There’s an elephant in the room.


It’s big and it’s gray, and it’s taking up all the space,


and no one wants to say it’s there.”



‘방 안의 코끼리’ — 말하지 않는 인종차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한다. 불편하니까, 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루스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네디는, 그 말을 듣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소설을 덮은 후, 나도 조용히 묻게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코끼리는 무엇일까?


차별, 혐오, 계급, 외면, 무관심.


그것들은 여전히 우리 삶을 무겁게 누르고 있지만, 우리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모른 척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침묵은 결코 무해하지 않다.


그 무게는 결국 가장 약한 이들의 어깨 위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수선화가 겨울을 뚫고 피어나듯, 나도 내 안의 말을 꺼내어 본다.


누군가는 그 말이 봄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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