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짧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아내는 일로 돌아갔다. 이제 일 년도 안된 아기를 데이케어에 맡기기로 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데이케어 비용은 지역마다 시설마다 천차만별이었지만 우리가 맡길 곳은 거의 1800불 정도가 되었다. 회사동료에게 아주 비용 때문에 죽겠다고 했을 때, 그 정도면 보통이고 나쁘지 않다고 했다. 맨해튼에 있는 어떤 어린이집은 3000불도 한다고 했다. 과연 이렇게 보니 애가 둘이라면 한 명이 직작을 그만두고 애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 하나를 데이케어에 보내고 침실 하나 있는 아파트 월세를 내고 나니 생활비가 꽤 빠듯해졌다. 미국 월급이 한국보다 많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비용을 소비하고 보니 크게 차이가 없었다.
경제적으로는 빠듯해졌지만 아이로 인해 웃는 날이 너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의 아이라면 관심도 없을 조그만 손짓과 표정에 우리의 기분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리고 이제 난 거의 100프로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시간 합쳐 3시간이 되기에 나는 특별한 회사 행사가 아닌 이상 집에서 일을 했다. 교사인 아내는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에 내가 아침에 아이를 챙기고 데이케어에 데려갔다. 그리고 아내가 퇴근할 때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 왔다. 사실 데이케어가 코 앞이었기에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원래 정해진 시간 전에 내가 픽업하기도 했다. 갑자기 애가 열이 난다고 하면 내가 가서 픽업했다. 그리고 장난감을 주거나 티비를 틀어주고 난 옆에서 계속 일을 했다. 다행히 애가 칭얼거리지는 않아서 휴가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Remote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애를 낳고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만약 둘 모두 일찍 출근길에 올라야 한다면, 그리고 퇴근이 늦다면 일찍 아이를 맡기고 늦게 찾을 수 있는 데이케어를 찾아야 한다. 물론 추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아침에 약간 출근에 늦는 것은 이해를 해주는 편이다. 나의 경우도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약간 출근을 15분 정도 늦게 하는 편이었다. 매니저에게 미리 말하고 매일 아침 달력을 블락시켜놓았다. 이런 것들을 이해를 잘해주는 편이다. '누군 애 안 키워봤나' 하는 경우는 잘 못 들어봤다. 도리어 '애 키워 봐서 그 기분 잘 알지'라는 사람이 더 많다.
나보다 훨씬 미국 잘 아는 아내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을 때. 특히 경제적으로 힘든 가족은 거의 친지들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데이케어는 너무 비싸고 또 일은 해야 하기에 할머니의 손에 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도 사실 장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 당시를 돌아보는 지금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