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작가의 말
꿈과 현실 사이, 끝나지 않는 미로 속에서 수년을 헤매며 살았습니다.
무엇 하나 손에 쥐어지지 않아 허공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빈 주먹만 굳게 쥐었습니다. 그 손아귀 안에 아무것 하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주먹을 서서히 풀었습니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도 허상이란 구름 속에서 잠시 살다 나올 때가 되었구나. 그렇게 수년 동안 반복된 세월을 보내며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디게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 이만큼 왔는지도 모르게 멀리 와버렸습니다. 저 멀리 등 뒤로 보이는 시작점을 등지고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다시는 이와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이제는 이 미로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두 눈을 감았습니다.
꿈과 현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어느 것 하나 섣불리 선택할 수 없었다. 둘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놓아야 했기에.
어쩌면 둘 중 뭐가 더 좋은지를 고민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둘 중 뭐가 더 포기의 대가가 큰지를 고민했던지도 모른다. ‘삶 보다 의로움’이라는 이상한 인생의 모토를 가지고 있던 나에겐 너무나 쉬운 질문이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한다면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갈 것만 같았다. 물론 현실을 포기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 대가가 죽음일지 언정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 내게는 삶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2023년 12월, 대학교 4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지금까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저울 위에 올렸다. 제법 무거웠다.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귀중한 것들도 있었다. 그는 저울의 무게를 유심히 보곤 짙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겠냐는 눈빛이었다. 날 선 턱선, 부릅뜬 눈매가 매서웠다. 그의 깊은 검은자위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나는 침을 모아 삼켰다. 목젖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그가 팔을 내게 뻗어 무언가 건넸다. 저울의 무게만큼일까? 아니면 그가 내 인생을 보고 그에 걸맞은 것을 건넨 것일까? 나는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었다.
공책과 팬 한 자루. 제법 가벼웠다.
미로 밖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잔잔한 호수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그 밑에 무엇이 잠자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청명한 하늘 아래 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꺾이고 꺾였던 내 삶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 이야기로 물든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나의 이야기.
그 첫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순옥, 그녀의 삶에서 내 삶이 나아갈 한줄기 빛을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