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착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자전거의 그 숫자에 정말 놀랐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주변은 온통 자전거 천지(천국)였다.
길거리 걷는 동안 늘 자전거와 부딪히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보행자와 자전거의 경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도로를 약간 벗어난 마을 내부나 작은 도로의 경우 딱히 보행자와 자전거간의 경계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수시로 스치고 지나가는 자전거 때문에 약간 불편함을 느끼고는 했다. (원인은 보행자 규칙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동남아도 아닌데... 왜 이리 자전거가 많을까?"
짜증은 애교로 바뀌었고 이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삶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가고 있었다.
동그라미 두 개가 달려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 사주셨던 자전거의 추억이 새롭다.
독일인들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것 같다. 이들의 자전거 문화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자전거를 통해 자연과 도시자체를 즐기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시 사이를 자전거로 여행하거나,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하거나, 그리고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할 때 자전거를 타는 다양한 활동들이 생활 속에 아주 잘 녹아들어 있다. 도시 간 이동의 경우, 트램과 지역기차에는(S-Bahn, RE, RB) (ICE에서는 본 적이 없다.) 자전거 전용칸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가지고 도시 간을 이동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거의 없어 보였다. 이론상 내 자전거를 가지고 전국 어디든지 쉽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힘들면 지역기차를 이용하면 되고 다시 자전거 타고 싶으면 내려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동그라미 두 개가 달리는 데 있어서 선택의 자유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부럽다.
도시 간이나 도시 내 거의 모든 지역에는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전용길이 마련되어 있고 그에 맞는 교통 신호체계도 자전거 타는 사람을 아주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우회전 신호등 도입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독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회전 신호등이 완벽하게 정착되어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을 포함한 보행자를 보호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경우에는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간의 상호 우선의 법칙(?)을 잘 지키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시스템에 앞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무질서 속에 무리 지어 달리는 자전거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잘 구축된 체계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흐름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자전거 무리 속의 한 학생이 우리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웃음 짓는 얼굴... 낯선 사람에게 반갑게 손 흔드는 모습... 타고 있는 자전거... 학창 시절 나를 많이 닮았다.
순간의 머뭇거림 속에... 아이는 벌써 저 멀리 다른 동그라미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자전거 무리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가족이 함께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페달이 없는 아주 작고 앙증맞은 라우프라트(Laufrad) 자전거를 타고 발길질하는 귀엽기 짝이 없는 두세 살짜리 꼬마가 신나 보인다. 마치 어릴 적 보던 카툰의 귀엽고 노란 트위티 버드가 자전거를 타고 노는 듯하다. 그 뒤를 지켜보며 따라다니는 젊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아주 정겹다. 이 가족의 모습은 마치 둥지를 떠나 물에 막 처음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강가의 새끼오리 가족과 비교되어 살며시 웃음 짓게 만들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모습은 꼬맹이가 낑낑대면서 힘들어해도 엄마 아빠가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은 어느 날... 라우프라트를 타고... 징징대는 꼬맹이가 안쓰러워 보였다. 부모의 냉정함 보다는 징징대면서도 아빠, 엄마 자전거를 따라가려고 애쓰는 모습의 꼬맹이가 더 대견스러워 보였다.
부모에게 있어서 아기 자전거는 균형감각과 운동신경 발달을 촉진하는 자연스러운 훈련장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의 냉정함을.... 이유 없이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주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아이 교육은 이렇게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지나치게 과잉 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과잉 보호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좀 과격한 표현을 쓰고 싶으나 여기에 쓸 수는 없다... 맞다... 방금 생각하신 그 표현...)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통시스템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독일의 시내에서 주차장소를 찾기가 불편하고 주차비 또한 꽤 비싸게 부과된다. 만약에 교통 위반이라도 몇 번 하는 날에는 한 달 생활비가 충격을 받을 만큼 벌금딱지(?) 값이 비싼 곳이 독일이기도 하다. 벌금값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내에 자동차를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아주 불편하다는 점이다. 때로는 숙박하는 호텔조차도 손님에게 주차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자전거의 경우 시내 거리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자전거를 세워놓을 장소가 곳곳에 무수히 많다.
물론 무료....
우리 마을 하이델베르크의 경우, 자전거로 십여 분이면 시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도시가 작아서 그런가?)
이런 편리한 상황이니 독일인들은 집집마다 거의 식구 수만큼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이웃의 팔순 넘은 할머님 자매분도 자전거를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잘 타고 다니시며 장 보러 다닐 때도 매번 자전거를 이용하신다. 그 연세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것이 우리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동이 편리하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니...
날씨가 좋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어 보였다.
너무 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은 자연환경과 건강에 대한 독일인들의 자세 때문에 더욱 중요 해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듯이, 내연기관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생을 피할 수가 없다. 반면에, 자전거를 타면 환경이 좋아지고 공기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거기에다 자전거 타기의 신체적 활동으로 건강까지 좋아지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자전거를 탑시다. (안다.. 우리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는 것을...)
독일인들의 자연환경과 건강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보인다.(개인적인 판단이다.) 한 예로, 하이델베르크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환경을 위하여 2022년부터 비주거용 건물의 경우 지붕에 태양광발전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른 주나 도시는 신규주택의 경우 지붕을 태양광 발전패널로만 설치해야 한다는 법률 제정을 준비하거나 시행 중에 있다고 한다.
환경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속전속결이다...(꽤 인상적이다.)
자전거가 환경에 좋다는데...
거기에 건강까지 좋다는데...
안탈 이유가 없다. (특히 독일인들에게...)
길거리에서 수많은 자전거 행렬을 볼 수 있는 이유가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우리 마을 하이델베르크에는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가 강가를 따라 여러 군데 있다. 이러한 도로를 따라가면서 아름다운 강변과 산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풍경은 한계 없는 상상의 나래를 열어주는데 큰 도움을 주고는 한다.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이 하이킹 코스와 겹쳐져있어서 하이킹을 즐기는 우리가 이곳을 선택하면 행복 가득한 얼굴의 동그라미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치 좋은 산악자전거 코스도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거친 자연 속으로 모험의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도전심이 강한 젊은 자전거 동호인들은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일반버스에 자전거 서너 대는 너끈히 실을 수 있다) 산꼭대기로 올라가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 내려오는 산악자전거 코스를 즐기기도 한다. 하이킹을 하다 보면 가끔 산악자전거 코스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이 보이기도 한다. 산악자전거로 급한 경사를 빠르게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볼 때 약간 위험해 보일지 모르지만 스릴 만점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하늘 저 높은 꼭대기에는 패러글라이딩 무리들이 독수리처럼 아래를 내려다보며 날개 짓을 즐기고 있다.
마치 아래로 조그맣게 보이는 자전거 라이더를 막 채 갈 듯 한 모습처럼 보인다.
차에 치일 일은... 없어도 자전거에 부딪힐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