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시기가 있었다. 이름 붙이자면 [내면의 혹독한 겨울 시즌].
최근 읽은 에세이의 한 구절이 그때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빛으로 가득한 성지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어둠의 여행을 거쳐야만 한다.] 나는 아직 그 빛나는 성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길고 긴 어둠의 여행을 통과해 왔다는 사실이다.
여행 중일 때는 그것이 여행인 줄도 몰랐다. 그저 나에게만 가혹한 시련이 닥쳤다고 생각하며, 왜 나만 이토록 긴 어둠 속에 갇혀야 하는지 원망했다.
자신이 없어서 엉뚱한 이유를 만들고, 아팠었다는 핑계를 대고, 부모님 탓을 하며 그 시간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다. 여행을 끝내려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를 더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었던 날들이었다.
다행히 주변 상황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며 감각이 무뎌진 덕분에, 그리고 곁을 지켜준 몇 안 되는 친구들의 진심 어린 말들 덕분에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꽤 오래전 일이 되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나보다 더 깊은 어둠을 통과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깨달았다. 내가 겪은 일이 나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숨기고 싶던 창피한 기억은 조금씩 희석되었다.
물론 이것을 깨닫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