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ip Report 베트남편 시작합니다.
몇 년 전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 Global HR 담당으로 재직하던 시절 베트남 법인/지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지역 워크샵에 본사 인사 담당으로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사내강사로서 해외출장을 갈 때와 인사담당자로서 출장을 갈 때 현지의 대우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아시나요? 사내강사로 갔을 때 현지 주재원이나 직원들은 매우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인사담당자로 출장을 가면 유독 긴장한 주재원과 잘 웃지 않는 현지 직원들을 보게 됩니다.
출장의 목적은 사실 현지 법인 워크샵에서 Global HR 전략과 핵심인재 관리 방안에 대해서 공유하고, 현지 HR 세션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장소가 사무실이 아닌 호치민에서 3시간 3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무이네(Mũi Né)라는 해변가에 있는 리조트에서 1박 2일로 진행되는 것 이었습니다.
아무리 본사에서 온 같은 그룹 사람이라지만, 매일 얼굴 보고 일 하는 동료가 아닌 외지인 신분으로 해변가 1박 2일 워크샵을 같이 간다는 것 부터가 설레이면서도 매우 긴장되는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했던 업무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고 너무 재미없는 회사 이야기이니 당시 보고서에 쓰지 못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할 까 합니다.
당시 저희 HR 관련 임원분께서 상당히 업무를 FM으로 하시는 분이셔서 같이 출장간 팀장님과 저는 현지 직원분들이 모래사장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밤에 캠프파이어 까지 하는 것을 리조트 테라스에서만 구경하고 리조트 방에 두 남자가 속옷만 입고 서로 마주앉아서 출장 보고서를 미리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첫 째날이 지나가 버리고, 두 째날 어제 다소 즐거운 하루를 보낸 베트남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 무인도 처럼 저 혼자 조식을 먹고 있었는데, 법인에서 가장 젋은 여직원이 제 테이블로 와서 앞에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린라이트? 라는 생각을 했지만 유부남의 정체성을 빨리 회복하고 어떤 일인지 물었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제가 출장을 가기 전 법인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핵심인재 후보자 이며, 공산당원으로서 법인에서도 장기적인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인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직 나이와 연차가 낮아서 당장 회사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여러 프로그램 대상자가 되는 직원은 아니었습니다.
다짜고짜 맛있는 현지 베트남 조식을 먹고 있는 저에게 이 직원이 말했습니다. "어제 워크샵에서 발표해주신 본사순환근무, 저 그거 하고싶어요." "왜요?" "저는 법인에 있으면서 본사의 업무하는 방식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고, 해외 법인에서 업무를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지금 여러 회사에서 이직 제안이 오고 있는데 다른 한국 회사들은 저근속 직원들에게 본사 방문 기회를 많이 준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게 사회생활 첫 경험과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게 해준 이 회사에서 그 경험을 하고 싶어요."
아... 방산 영업을 하던 제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나는 말이었습니다. 그 간절한 눈빛과 애절한 목소리는 맛있는 베트남 리조트 조식에 어울리는 디저트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알고있었습니다. 이 직원이 본사 경험을 원한다는 것을, 그리고 법인장님께서 다른 고근속 직원들 눈치를 보고 있어서 이 직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도 못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당시 회사가 설립한지 반세기가 넘은 회사였지만 해외 인사제도는 제가 부서이동 하면서 정립하고 개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사 근무 경험도 이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직원에게 저는 뭐라고 했을 까요? 이미 법인장님 및 현지 관리부장님과 워크샵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한 터였습니다. "본사순환근무가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지만, 법인이 인사 정책 및 제도를 이제 새롭게 정립하기 시작하였고, 이 제도는 경영진이 전략적으로 우선 근속이 높은 직원들 대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다만, 당신이 계속 회사에 있다면 당연히 기회가 올 것이고, 우리는 여러 talent pool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록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길에 법인장님과 앉아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그 직원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법인장님은 오히려, 한국 다녀오면 그 경험을 경력삼아서 오히려 이직 하려는 것일 것이다 라시며 그 직원의 니즈에 대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한국 돌아오고 몇개월 되지 않아서 현지 주재원 통해서 그 직원이 퇴사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그 직원의 다른 연락처는 받아놓은 것이 없어 퇴사하고 회사 메일이 없어지니 어떤 whereabout도 듣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법인장님이고 현지 주재원이고 아니면 저와 같은 입장이셨다면 어떻게 대처 하셨을 것 같나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까요? 지금도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여러 팀장, 조직장, 리더분들은 HPT(High Potential Telent) 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잠재적 인재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요? 오늘 제 글은 정답이 아닌 질문으로 끝맺고 싶네요.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 직원은 그런 기회에 대해서 저에게 까지 오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주변의 리더들이 지속적인 면담과 코칭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제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내 자녀의 고민을 내가 해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랑 한다는 것. 그게 내가 부모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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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간 상사맨, Global 인사담당자, 그리고 교육담당자로서 세계를 여행하면서 매번 출장보고서를 담당임원에게 제출하였습니다. 금번 Biz Trip Report 시리즈는 이러한 출장보고서에 담아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Mad, Sad, Glad 한 스토리를 통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뽑아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