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피자 본고장의 숯불 고깃집에서 생긴 일

by 커리어그래퍼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말자.'


오늘 이야기는 2018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s Management; 세계최대 HR 컨퍼런스) 컨퍼런스 방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SHRM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매년 방문하는 지역마다 ㅇㅇㅇ학파라고 스스로를 부르죠. 저희 때는 시카고 학파 였고, 감사하게도 P사 그룹분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 해 였어서 지금도 소중한 인연인 P사 시카고학파 분들과 시카고 in, 샌프란시스코 out 으로 일주일간 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제 출장리포트를 이제 몇번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출장 목적과 상관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곤 하여서 당시 SHRM에서 논의된 주제 및 인사이트는 쏙 빼고 있었던 일을 공유할 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3일차 쯤 있었던 일 같습니다. 3일차는 한국 사절단 분들이 이제 컨퍼런스도 좀 익숙해지고, 보고서 쓸 내용도 좀 수집해서 느슨해질 때인데, 저희는 그래도 P사의 자부심으로 어디 놀러가지 않고 컨퍼런스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시카고는 갈데가 없...) 저녁에 일본/한식이 합쳐있는 숯불 고깃집을 어떻게 구글지도에서 찾아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피자가 유명해도, 첫날 한번 먹고나니 피자는 질렸고, 매일 샌드위치, 햄버거에 시달려서 한국 음식과 가장 가까운 음식이 필요했고, 딱 그런 식당을 찾았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대기 라인이 길었고, 저희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더욱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계산대 근처의 대기의 자에 앉아서 배낭여행객 마냥 축 쳐져서 지나는 사람들, 테이블로 전달되는 생고기를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분위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2층에 에어컨이 고장나서 직접 구워먹어야 하는 고깃집 특성상 2층 전체를 운영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평소보다도 더 대기가 길었던 겁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쳐갔고, 동양계식당이 근처에 없어서 여기를 놓치면 그냥 다시 피자를 먹으러 가야하는 상황이었어서, 저희는 마냥 기다리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젊은 백인 남자가 마냥 기다리니 답답하여서 카운터로 찾아온 것 입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이렇게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라고 시작하더니 막 F, S, M 등이 섞인 영어 욕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컴플레인을 들었던 직원은 젊은 라틴계 였는데, 저희 시카고 학파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그녀를 사실 계속 저희끼리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면서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HR 아니랄까봐). 미국에서 한쿡식 삿대질과 진상 부리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직관한 우리는 이 직원이 전혀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차분히 처음에 대기할 때 설명을 드렸고, 저희도 이렇게 까지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백인 고객은 결국 가운데 손가락을 시원하게 날리고, 같이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과 문을 박차고(실제로 찬건 아니고) 나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보고 어떻게 했을 까요. 보통 혀를 끌끌 차면서 미국도 똑같구먼. 이라고 생각하고 끝냈을 테죠. 저와 저희 유능한 P사 시카고학파 동기들은 달랐습니다. 우선 그 종업원은 진상 고객이 나가자마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고, 저희는 누구 말할 것 없이 다 일어나서 그 직원에게 우리는 한국식 위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서 로또를 사라, 이런 경험도 하고 대단하다, 저런 놈은 눈물이 아깝다 등등 그러면서 제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기다려도 되니, 천천히 준비해달라. 이 식당은 우리가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랬더니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위로가 있고 나서도 저희는 계속 얼굴에 웃음을 가지고 있으려고 했습니다. 하나는 그 종업원이 다시 밝은 모습으로 서빙을 하기를 바라는 아빠/삼촌 마음이기도 했고, 또 잘 보이면 우리를 먼저 넣어주지 않을 까 하는 거였습니다. (한국처럼 번호표가 있는게 아니었고, 리스트는 오롯이 종업원이 들고있었습니다.)


그렇게 정말 얼마 되지 않아, 딱 저희가 앉을 만한 자리가 좋은 자리에서 생겨서 직원들이 가서 치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저기가 우리 자리였으면 너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우리가 위로했던 그 종업원이 계속 우리를 의식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마... 설마.. 우리에게 씩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자리로 안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리를 안내하는 그 직원이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자리는 아까 나간 분들의 자리였고, 사실 너희들 차례는 아닌데 그 사람들이 빠졌기 때문에 내가 이 테이블에 넣었다. Hooray!! 그렇게 저희는 시카고피자의 고장 시카고에서 너무나도 맛있는 고기를 구워먹게 되었습니다. 몇일동안 팁을 아끼던 저희들은 팁도 후하게 남기고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종종 제 아이에게도, 회사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목적과 가치, 가치는 내가 얻게 되는 것, 그리고 목적은 그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것. 그러니 우리는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말고 가치와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식당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은 당연히 기분이 나쁜 일입니다. 그런데 그 기분이 내 태도가 되어버리면, 내가 추구했던 가치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왠지 전국에 흩어져있는 우리 시카고학파 동기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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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3985301148?e=1750896000&v=beta&t=amDI8doQIE-apfw6ku3WbtM08SrqjsHqfDP2IN9FvcA 시카고는 아니지만 다음 일정으로 방문했던 샌프란 구글 오피스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바라본 Bay Bridge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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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간 상사맨, Global 인사담당자, 그리고 교육담당자로서 세계를 여행하면서 매번 출장보고서를 담당임원에게 제출하였습니다. 금번 Biz Trip Report 시리즈는 이러한 출장보고서에 담아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Mad, Sad, Glad 한 스토리를 통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뽑아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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