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입학 전 인턴 기간에 꼭 해야 할 것, 그 두 번째는 읽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까? 당연히 논문이다.
학부생 티를 아직 다 벗지 못한 인턴들은 대부분 논문 읽기를 어려워한다. 나도 처음 논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 긴 영어 지문과 알 수 없는 그림들에 겁부터 덜컥 먹었던 것 같다. 외계어같이 지들만 알 것 같은 전문용어들에 머리가 아팠다. 배경지식이 없으니 도대체 뭘 주의 깊게 읽어야 할지, 왜 이 논문이 중요한지조차 몰라서 참 난감했다.
그러나 대학원 인턴인 당신, 이 과정을 견디면서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멋모르고 읽어뒀던 논문 파편들은 언젠가 다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친구가 함께 하자고 해서 모 RPG 게임을 시작한 적 있었다. 게임을 즐기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나는 새로이 게임을 시작하니 맵이 어떻게 생겼는지, 퀘스트는 어떻게 깨야 하는지, 레벨은 어떻게 올리는지, 방향키는 뭘 써야 하는지 하나도 모른 채 어버버 하게 되었다.
뚝뚝 떨어지는 흥미를 겨우 붙잡고드디어 익숙해졌다 싶을 때쯤엔 어느새 내 레벨은 일정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논문 읽기도 똑같다.(논문을 읽는 걸 게임에 비유하는 게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처음엔 논문을 끝까지 읽는 게 정말 어려울 거다. 하지만 이 노잼 시기를 버텨야 한다.
이해가 안 되면 주석을 타고 들어가서 더 읽어보고, 구글 창을 켜서 검색해보면 좋다. 아니면 유튜브에 개념을 검색해서 누군가가 쉽게 설명해놓은 영상을 들어보자. 하다 하다 그래도 안되면 선배님들께 조심스레 여쭤보자.너무 기본지식이 부족하여 용어조차 모르겠다면 교과서부터 읽는 것도 좋다.
그렇게 단련된 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스무-쓰 하게 논문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내가 해야 할 공부를 떠먹여 주는 건 고등학생 때 끝난 것 같다. 당장 대학생 때 하던 공부만 생각해 봐도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공부하라고 하지도 않고, 교과 내용을 이해시켜 주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모두가 각자도생인 대학원은 한층 더 심하다. 그러니 대학원생이 되면 정말 내가 발 벗고 나서서 한 줄이라도, 한 페이지라도 더 읽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누구나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한다. 게임 맵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것처럼 답답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넘어야 할 벽이기 때문에 나는 인턴 때 논문을 찾고 읽는 데에 익숙해지기를 적극 추천한다.
논문에 익숙해지면 조금 더 빨리 전문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고, 연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일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