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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Dec 25.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대학원생 라이프

잠깐 쉼

크리스마스는 1년 중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날이다. 오늘 나는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갔다. 휴가를 써서 집에서 푹 쉬고 올 작정이었다. 우리 연구실은 겨울에 쓸 수 있는 휴가를 3일 주는데, 휴가를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쓸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꽤 빨리 휴가를 쓴 셈이다. 그러나 지금이 적기였다. 이번 학기 동안 나는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직전 나는 심적으로 피폐했다. 연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비해 지지부진한 결과, 새로운 일에 대한 욕심, 내가 해내기 벅찬 수업 과제들, 학회 준비, 세미나 발표 준비,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 생각, 생각들.

그 와중에 몸은 쉬고 싶다고 난리고 머리는 그저 채찍질만 해댔다. 쉬면서도 쉼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와중에 춥고 눈이 와서 밖에서 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인스타 릴스와 의미 없는 유튜브만 들여다보며 머리를 비워내려고 했다. 그저 시간을 보내버리는 행위. 아 도망치고 싶다. 나는 쉴 곳이 필요했다.


성탄절에 나는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엄마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었다. 올 한 해 수고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말이 필요했다. 집에 돌아와서 용돈 달라고 징징대는 철부지 딸이 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모든 게 욕심대로는 되지 않더라.

하긴 내 마음같이 다 되면 그게 연구인가. 이 당연한 생각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잠깐 쉬어가려 한다.

조급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가족에게 고향 친구들에게 잔뜩 투덜거리고 올 생각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대학원생 라이프.

가끔 밉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내 대학원 생활, 내 연구.


수고했어요. 잘하고 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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