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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Mar 24. 2023

사이좋게 지내요, 대학원생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대학원생은 사람이다, 고로...

어떤 집단이든 그 안에 사이가 나쁜 사람이 있다는 건 힘든 일이다. 연구실이라고 그 고통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 대학원 학위과정을 거친 아빠도 "문제는 연구가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안 풀리는 연구는 대학원 과정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을 때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다르다.


나는 인간관계에 갈등이 생겨 끝내 학위과정을 포기하게 된 많은 사례들을 보고 들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아직까지는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연구실에 소속되었던 기간이 길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당사자는 얼마나 고통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흔히 과학자를 생각해 보았을 때, 다들 각자도생으로 고독하게 공부하고 실험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생각보다 연구를 한다는 건 상당 수준의 사회성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천재적인 인재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학제 간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세태라면 연구인에게 사회생활더욱더 중요해진다.


멀리 갈 것 없이 갓 입학한 대학원생을 생각해 보자.

그는 학부를 갓 졸업하고 이제 전공에 대해 뭔가 알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흥미가 생겨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그에게 실험 방법을 알려주고 챙겨주는 건 보통 그 연구실에 먼저 진학한 선배, 즉, 사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사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수받아야 하는 상황도 온다. 실험실의 다른 동료나 때에 따라서는 다른 연구실 학생일 수도 있다. 다른 연구실이나 기업과 협업해서 따낸 과제는 필연적으로 팀플의 형태가 된다.






대학원생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소통하고, 협업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져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하나 줄어들면 내가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데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두 사람은 학계에 남아있는 이상 계속 얼굴을 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학회에 몇 번 참석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떤 학회에 가든지 반가운 이름들이 보였더랬다. 학계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좁은 곳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인연을 맺고 그게 장차 협업 연구로 가는 경우도 흔한 일처럼 보였다.


지금 맺는 인연들이 언제 어떻게 되돌아올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미래에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 있었는데, 이거 아무래도 다른 직업 못지않게 사회생활이 중요한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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