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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Jun 02. 2024

미국 박사 유학에 필요한 실적은 어느 정도일까?

논문은 다다익선인가?

박사 유학준비를 하면서 어떤 조건도 만족스럽게 준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나를 괴롭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실적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 실력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듯하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그럴 수 없는 것 같은 게 논문 실적이다.


미국 박사 유학을 준비하면서 나는 미국 박사 입시가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 전형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각 대학은 지원자에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고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크게 실적이 없어도 연구계획서 등을 공들여서 작성하면 합격하기도 하는 게 미국 박사 입시라고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SOP를 공들여 쓰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SOP만으로 부족한 요소들을 뒤집을 만큼 매력적으로 작성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PhD canidate로써 연구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실적 없이 2000 자라는 짧은 에세이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주저자 논문 한편이 더욱 확실하다.


실적은 많을수록, 확실할수록 유리하다. 입시가 모두 끝난 뒤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유학을 준비한 학우님들의 경우 전공불문 좋은 학교에서 오퍼를 받은 분들은 적어도 리뷰 중인 주저자 논문이 한 편 이상 있었다. 모두가 아는 탑티어 학교를 붙으신 분들은 공저자까지 합쳐서 논문이 5개씩 되는 데다가 IF도 30이 넘어가는 논문들을 주저자로 작성했다. (정말 그분은 실적이 탈인간급이라 나와 같은 석사 한 사람이 맞나 싶었다... 이런 분은 아웃라이어니까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박사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석사 입학 전부터 인턴을 시작해서 실적을 충분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조금 더 전략적으로 가자면 연구실을 선택할 때 해당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학생들이 주저자로 논문을 출판하는 경향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면 좋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논문 여부에 의해 입시 결과가 100%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논문은 고사하고 외국 학회 경험조차 없으신 분이 박사 입시에 성공하시는 것도 보았다. 그분의 CV를 직접 보지는 못해서 어떤 능력을 어필하셨는지 짐작할 수 없지만 박사 입시에 있어서 실적이 중요하지만 없다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적인 내 목표는 주저자 논문 2개였다. 나는 박사과정 전공에서 융합학문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능력을 쌓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나는 첫 논문을 빨리 낼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와는 크게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미래 연구분야에 필요한 지식과 연구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실적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두 번째 논문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석사과정 동안 주도적으로 진행한 연구의 진척이 느렸다. CV에 논문을 In prepration이라고 쓰고 컨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투고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주도적으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해 보려고 아등바등거렸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국 나는 석사과정 동안 시간을 갈아 넣은 논문을 투고하지 못한 마감일을 맞이했다. 적어도 revision 단계에 있는 논문만 실적으로 취급하는 교수님들이 있기 때문에 괴로웠지만 내가 어찌할 없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박사 지원 전공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실적은 논문으로 증명하였으나,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지는 못했다. 당시에 내 이름이 들어간 준비 중인 논문이 3개였다. 운이 없으면 이런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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