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아쉬웠던 컨택 결과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도 컨택은 중요할 수 있다. 단, 당신이 운이 좋다면. 아무리 이민자들의 나라라고도 하는 미국이라지만, 나 같은 인터내셔널 학생이 다른 교수님과 컨택이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교수님들은 하루에도 아주 많은 컨택 메일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내가 그중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연구 실적 혹은 기가 막힌 연구핏을 가져야 했다.
전자는 내가 갖추고 싶은 경쟁력이었으나, 내가 참여한 거의 모든 연구들은 논문 대기 상태였다. 그렇다면 나의 공략법은 후자였다. 어떻게든 연구핏을 맞춰야 했다.
연구핏을 맞추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애초에 내가 유학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확실하게 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있어서였다. 좋은 대학의 교수님이면서, 논문 실적이 좋으면서, 내가 바라는 연구 분야를 주로 하는 교수님을 찾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지원할 대학들을 리스트업 하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린다고 했다. 나처럼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한 경우에는 이 과정이 더 더뎠던 것 같다. 처음에 나는 us ranking 기준으로 내 분야에서 상위 30 대학을 꼽아서 소속 교수님들을 모조리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시간이 과도하게 걸리기도 했고, 다학제 연구를 추구하는 내 연구분야를 생각하면 특정 학과만 샅샅이 뒤져서는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는 교수님을 찾기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 논문 작성을 위해 구글 스칼라에서 논문을 뒤지다가 우연히 내가 바로 원하는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시는 교수님이 좋은 학교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학과에 부임하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최근 3년간 나온 내 연구분야 키워드를 검색해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교수님을 리스트업 하기 시작했다.
컨택 메일을 보낼 때에는 최대한 교수님들의 연구 키워드와 최근 논문과 나의 흥미를 이어보려고 노력했다. <자기소개 (소속) - 희망연구 - 현재까지 연구 경험>을 차례로 설명하고 CV를 함께 첨부했다.
2023년 8월부터 총 13분의 교수님께 컨택메일을 보냈고, 그중 3분께는 리마인드 메일을 보냈다. 총 5분의 교수님께는 메일을 받았다.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보내주신 교수님은 없었다. 세 분은 다소 긍정적인 (행복회로를 돌릴 만한) 답변을 주셨고, 다른 분들은 중립적인 메시지를 주셨다. 한 분은 거절의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내가 받았던 다소 긍정적인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연구실이 하는 일과 너의 경력이 잘 맞으니 지원을 해봤으면 좋겠다.
2) 지원 과정과 어떤 학과로 학생을 받을지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3)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을 연결해 줄 테니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면 좋겠다. (학생 메일을 cc 해 주셨다.)
반면, 중립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아직 펀딩 상황을 잘 모르겠다.
2) 합격한 다음에 다시 얘기해 보자.
3) 인터내셔널 학생이 뚫기 어려울 수 있지만 건투를 빈다.
인터뷰로 서로 핏을 맞추는 과정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다소 아쉬운 컨택 결과였다. 모든 컨택 메일을 보내고 나니 9월 말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를 추리고 지원서류에 집중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