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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Aug 28. 2024

SOP, 영어로 쓰는 자기소개서

피드백과 수정 지옥 속에서 허우적대기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생소하고 어려웠던 부문은 역시 SOP 작성이 될 것 같다. SOP란 State of Purpose의 약자로, 우리나라의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 스팩트럼의 그 어딘가쯤에 위치한다. 미국 박사 입시에서 SOP의 중요성은 매력적인 위치에 있다. 


학점도, 연구실적도 좋지 않지만 SOP를 기깔나게 작성해서 좋은 학교 입시에 붙었다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박사 유학을 준비하다 보면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뭔가 조금 스펙이 아쉬운 학생은 SOP에 목숨을 건다. 그 빛나는 미래가 나에게도 주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냉정하게 내 스펙을 평가하자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학부 학점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정도로 간신히 '아예 놀지 않았구나'라는 평을 들을만했고, 그나마 석사 학점은 만점을 받았지만 석사 학점은 대개 잘 주기 때문에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들 했다. 참여한 연구와 학회에 참여하여 발표 경험은 많았으나 논문은 모두 '투고 대기 상태'.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SOP를 매력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학부 때부터 석사 때까지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이 유기적으로 현재의 연구 관심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요소가 나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강조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진땀을 뺐다. 함께 유학을 목표로 하는 교우들과 하는 스터디에서 자주 들었던 피드백은 너무 많은 이야기가 SOP에 들어있어서 중요한 것만 남기고 줄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미국 박사 입시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10개 이상의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게 된다. 각 대학마다 SOP에 대한 규정도 달랐다. SOP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으로 주어진 곳도 있었다. 글자수 제한도 제각각이었다.


각 대학 학과마다 어필하고 싶은 교수님의 성함과 연구를 언급하기 때문에 어쨌거나 그 학교 버전의 SOP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므로 각 대학에 관심이 가는 교수님들의 연구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내 연구 계획을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했다.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8월부터 시작한 SOP 수정은 12월부터 1월까지 원서를 접수하는 그 순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 전날에 명필이라고 생각하고 문서를 덮었는데 다음날에 읽어보면 어딘가 부족해 보여서 피가 바짝 말라갔다. 한국어로 쓰는 자기소개서도 자신이 없는데 심지어 영작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 부담이 되었다.


SOP를 여러 번 수정해서 세 번씩까지 업로드한 적도 있었다. 연구실에 홀로 남아 SOP를 마지막까지 수정하다가 마감 5분 전에 업로드하고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물 훔치며 집으로 돌아가던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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