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사랑이야기이다. 일본 특유의 억제된듯한 감정과 조용하게 흐르는 사건 전개가 궁금증을 키워나간다. 글의 서술 방식이 여주인공 아오이가 독백하듯이 그녀의 일상을 서술한다. 사이사이 타인과의 대화는 왠지 모를 단절감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라 잠시 책을 덮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처럼 내 일상을 혼자의 독백으로 말하고 있는 나를 보니 삶이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평온한 일상과 그녀의 애인 마빈과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불안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구슬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랄까?
그녀의 삶은 마치 한 겹의 막을 씨워둔듯이 잘 정돈되어 있다. 잘생기고 부자인 남자 친구와의 동거, 그리고 보석 가게에 3일 일하고 나머지는 식사 준비하고 책을 읽고 목욕을 즐기는 그녀의 행복 속 그림자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소설 초반부터 아끼듯 그녀의 20대 사랑 쥰세이와의 추억을 지나가듯 하나씩 던져 주는 듯해 뒤로 돌아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했다.
풍경 속의 평화로운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단지, 눈으로 보고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할 뿐. 아오이의 삶은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그저 방조자의 눈으로 삶을 살아간다.
얼마나 깊은 사랑이기에 8년이라는 세월도 그 깊이를 매우지 못할까? 결국, 쥰세이의 편지 한 장으로 아오이는 그녀를 둘러싼 유리벽에 금이 가고 만다. 마빈과 헤어지고 8년 전 쥰세이와 약속한 피란체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그를 만나고 짧은 만남 후 또다시 긴 이별을 선택하는 그녀의 맘을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사랑은 그 약간의 부족함으로 기억될 때 평생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을 것 이기 때문 아닐까? 젊은 날 요절한 사람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나이 든 모습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린 세월의 풍파가 지나간 노년의 얼굴로 여전히 젊은 누군가의 모습을 다시 기억해 낸다.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평생을 함께 할 수 도 있다. 아마 아오이는 이런 마음 아녔을까? 평생 기억으로 아끼듯 변하지 않는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사랑이 소유라는 속박 속에서 그 아름다웠던 시간이 오염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여자의 입장에서 소설(Rosso)을 쓴 여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와 남자 즉 준세이의 입장에서 소설(Blu)을 쓴 남자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꼭 함께 봐야 한다. 아직 남자의 입장에서 쓴 소설을 읽지 않았다. 곧 읽어야겠다. 쥰세이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이라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번 보고 싶다. 소설 속 여주인공의 독백의 농도가 짙어 매력적인 책이다.
조지훈의 시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기쁨 아니면 슬픔'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있어 남자란 무엇일까? '여자에게 있어 남자는 환상 아니면 현실' 이 아닐까?
사랑의 농도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남녀 간의 사랑은 전 생애를 두고 간직하고 싶게 만들 수 있는 삶의 보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 중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두 자매가 했던 말이 있다.
'액세서리는 사랑받은 여자의 인생을 상징한다.'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평생 고이 간직하고 픈 아름다운 보석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