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에세이
책 표지부터 책 사이에 있는 아기 자기한 정일 화백의 그림이 유독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책이다.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가 샘터라는 잡지에 한 달에 한 번씩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녀의 털털함이 글들 속에서 비칠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실수하고 서툴게 살아도 괜찮다. 그녀의 글은 꾸밈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그냥 가볍게 다루는 듯한 그녀의 대범함이 좋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그것으로 인한 마음의 주름이 없다. 6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태연함도 있고, 글 마지막에 보여 주는 그녀를 찾아온 암이라는 질병조차 툭 던지듯이 이야기한다. 유방암 완치 후 척수 암 완치 그리고 결국 간암으로 전이되면서도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그녀의 삶은 용감하다고 말할 만하다.
실수투성이에 솔직한 친구 민정이가 생각났다. 물론 저자와 이름이 같은 친구 영희의 모습도 그녀의 책에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이야기한다. 누구나 마음의 자루 속에 흰돌과 검은 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한 흰색 돌이 연달아 나올 수도 있지만, 예기치 않게 불행이라는 검은 돌을 연달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결국 2009년 57세의 나이로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했다.
그녀의 글 중 '잊히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녀의 책을 통해 나는 그녀를 새롭게 만나고 그녀는 세상에 다시 한번 찰나의 존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소금 3%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있어도 3% 좋은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라는 말에 위안이 된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자아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말이다. 그녀의 글들은 요란하지 않다. 담백하고 사실적이다.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재단해 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상의 소소한 일을 관찰하고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선을 글을 통해 그려보는 것이야 말로 인생 작품을 명작으로 만들 수 있는 그림의 마지막 손길이 될 것 같다.
가끔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날에 삶의 깊은 울림을 깨달으며 살아가는 이웃집 아줌마의 수다 같은 글을 쏟아 낼 수 있는 그녀의 글을 읽고 싶을 것 같다. 그녀는 너무 빨리 그녀의 땅으로 가버렸다. 지금 생존해 있다면 69세 정도 되지 않으셨을까? 솔직한 사람이 그리워지고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위안을 주는 글이 그립다. 그녀의 책을 통해 정체모를 내 감정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게 너무 많아도 그게 보이지 않는다. 적당한 궁핍과 적당한 부족함이 그림의 여백처럼 삶의 풍경화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삶은 거창한 것도 그렇다고 사소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장영희 교수가 살아가는 것처럼 주어진 조건에서 나를 알아가고 주위를 둘러보며 자기답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