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지칠 때가 있다. 그때 이외수 작가의 '하악하악'이라는 책은 민물 물고기 그림들과 함께 명쾌하게 책 읽기 맛을 돌려준 책이었다.
여름이 깊어지고 주변의 소음들이 소용돌이칠 때 이번에도 그의 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책을 들꽃 그림과 함께 쉽게 읽어 내렸다. 그의 이번 책은 한여름의 소나기 같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꽃들이 눈에 익어서 읽는 중간중간 멈추어 기억의 상자들을 열어봤다. 삶이라는 공간 속에서 인간 본성과 사회적 본성을 어릴 적 개구리 해체하듯 이곳저곳 찔러 대는 책이다.
내면적 성숙을 향해가는 게 인간의 삶인 듯하다. 그의 책을 보니 한 때 나도 속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 때가 있었고 한 치 앞의 이익에 흔들리기도 했었다.
지나고 보니 '어리석음'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성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의 첫 페이지 문구는 강렬하다. '여자, 은하계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생명체다.' 난해한 생명체인 내가 그의 책을 통해 여자의 속성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대면하기 껄끄러운 내용도 과감하게 글로 드러 내는 남성의 용기를 본다.
그의 책은 20~30대 젊은이들의 기호에 잘 맞을 듯싶다. 80을 바라보는 작가가 젊은 감각을 잃지 않고 써내려 간 글인 것 같다.
행복한 삶을 위한 그의 답은 명쾌하다. '비록 그대가 심판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레드카드를 받고 축 늘어진 어깨로 그라운드에서 퇴장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사랑하라.' 답은 사랑이란다.
'무조건 사랑하라. 사랑이 그대의 인생을 눈부시게 하리라.'라고 말한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하찮은 것들이라도 사랑의 매개체로 존재하지 않는 미물은 없나니'.
'진정한 아름다움이 외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가 드물다. 그래서 시가 되는 여자도 드물다.'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너무 흔하게 듣던 말이지만 과연 시를 만들어 내는 삶을 살아갈 결심을 한 적이 있던가.........
재미가 없어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학교들을 모조리 폭파시켜 버릴 자신이 있냐'라는 질문에 아이는 '없는데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네가 커서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어라'라고 요구하는 격 외옹의 대답은 일상에서 내가 써먹을 수 있는 일침(?) 일 것 같다.
'사랑하라는 말은 행복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그러나 부자 되라는 말과 행복하라는 말은 동일하지 않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록펠러는 23살에 백만장자가 되었고 53살에는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되었지만 55살 암 선고를 받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 이후 록펠러 제단을 만들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언하자 암은 사라지고 98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삶의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인간 정신의 삼합 체인 정(육신을 구성), 기(정신을 구성). 신(영혼을 구성) 중 어느 한 가지라고 결핍이 되면 인간은 극심한 욕구불만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이 세 가지의 삼합체를 잘 관리하는 게 삶이다. '목숨이 끊어지면 지구에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지만 영혼이 소멸하면 우주에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라는 그의 말은 울림이 있다.
세기고 싶은 말은 '꽃 피는 시절이 있다면 꽃 지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으랴'라는 말이다. 젊은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노년을 맞고 죽음을 맞는다. 지금 꽃처럼 피어난 젊음을 통해 지금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 순간을 보고 살아가기보다는 멀리, 넓게 그리고 깊게 겸허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