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by 조윤효

대학 동기 중에 비구니가 된 친구가 있다. 그녀의 결정은 친구들 사이에 이슈가 되었다. 대학 다니며 사업을 했고 크게 성공했고 얼마 가지 않아 결혼했다는..... 남들 10년에 걸쳐할 일들을 모조리 2~3년 안에 해낸 그녀의 속도감 있는 삶은 낯설었다. 그런데 졸업 후 그녀가 비구니가 되었다는 소식은 또 한 번의 놀라움이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삶의 속도가 빨라서 그랬는지 싫증도 빨라서였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칠한 인물에 승려 이자 미국 대학 교수인 혜민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 생을 대하실까 라는 마음이 들어 읽게 된 책이다. 물론 최근에 승려(?) 신분에 맞지 않는 집을 소유하고 생활하는 일 때문에 구설 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또한 그의 삶인 것인데 대중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틀을 짜두고 그것에 부조화스러운 일에는 주었던 사랑만큼이나 미움도 크게 쏟아 낸다.


글 중 피아노를 사거나 집을 사야 할 때 내가 매일 만나는 물건은 약간은 비싸더라도 최상의 것을 고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적당히 좋은 물건을 고르면 부담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위의 집사건의 이유가 아닐까?


스님으로 한국과 미국을 사회를 오가며 그 속에서 자신은 동일한 사람이지만 어떤 사회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다르다고 한다. 미국은 승려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한국은 어떤 절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자신이 거쳐온 조직이 그를 설명해 주는 또 하나의 자기가 되는 것이다.


'삶의 지혜란 굳이 내가 무엇인가를 많이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말이 책 제목이 말해주는 주제인 것 같다. 유난히 바빠진 요즘 내 안의 아이를 발견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린 자아는 아마 아주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 같다. 공부 잘하는 언니 오빠들 틈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아 늘 엄마의 인정을 갈구했었나 보다. 그래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이 여전히 있다. 우수운 건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을 땐 꿈속에서 여고생인 내가 시험시간 종료로 문제를 다 풀지 못하는 상황이 데풀이 되는 것이다. 스님의 말처럼 '남을 만족시키는 삶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인생을 살아라'는 말을 수시로 떠올려 봐야겠다.


내 아이에게 '삶을 즐기는 법,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또한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 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며 근거리적 생각으로 나라는 작은 우물이 세계의 전부로 인식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삶은 순간이 모여 하나의 큰 산이 되어 그림이 된다.


'세상은 온 우주 전체가 아니라, 오직 우리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정된 세상'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의식하는 곳만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 의식의 폭을 넓히고 싶고 또한 반대로 오로시 집중할 곳에는 혼신을 다하는 삶이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인간관계에 대한 견해도 해안이 되는 말을 많이 발견했다. '눈에 보이는 외적 조건에 투자를 하고, 가꾸어 가듯, 인간관계라는 행복의 필수 조건을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좋은 대화법이란 '나의 상태만 묘사' 하세요란 말에 아들과의 대화법에 실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읽으면서 줄을 긋고 간직하고 싶은 말들이 아이스크림 사이에서 발견하는 초콜릿 볼 같은 기분을 주었다.


'생각은 크게 하고,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십시오. 왜냐하면, 작은 생활의 변화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인연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합니다. '


'우주가 곧 우리 마음이기 때문에 내가 품은 마음속 "한 생각"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지금의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삶의 목표를 부자보다는 다른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삼아 보세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


'본질이 잊히면 형식이 중요해진다.'


기도하는 방법은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다 수용할 수 있도록 제 마음 그릇을 넓혀 주세요.'라는 말은 삶을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도인 것 같다.


마음 치유 명상을 따라 해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구나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항상 나를 배제했었는데 나 스스로 소리 내서 '나를 사랑합니다. 몸아 참 고맙다. 마음아 참 고맙다. 너희가 있어서 이 생에서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우는구나'라고 해보니 진정으로 내 몸과 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 위로가 됨을 느꼈다.


마음을 치유하는 책이다. 편안하게 휴가를 보내며 에어컨 아래서 느긋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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