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by 조윤효

책을 생물처럼 다루는 듯하다. 도서관에 수많은 책들이 독자의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좋은 책과의 인연은 삶의 환희를 불러오기도 한다. 살다보면 자칫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정된 삶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스스로 고착해 넓은 우주 같은 공간이 아니라 작은 감옥 같은 공간 속에 자신을 한정 지을 수 있는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일본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북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시'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의 사고와 직업을 대하는 방식, 책을 대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책을 편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장을 편집하는 사람이다.


그의 말처럼 책을 '한 사람의 독서라는 시간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 속으로 개방하자'는 생각이 멋지다. 마음먹고 책과 만나기 위해 서점을 가고 도서관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냥 일상 속에 늘 책이 곁에 보인 다면 그만큼 책과의 인연을 쉽게 이루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병원, 미용실, 은행, 북카페, 유명 레스토랑 그리고 책과 관련이 없을 듯한 스포츠 매장이나 화장품 가게까지 책이 일상으로 스며들게 해주는 사람이다. 큰 머그잔 옆에 '핫초코 만드는 법'이라는 책들을 배치하고, 철학책과 만화책을 배치해 하나의 점과 다른 하나의 점이 연결되는 풍요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 카드사를 포함한 해외 여러 나라에 가서 책장 편집을 해내는 그의 숨은 내공을 생각해 본다. 어려서부터 그의 부모는 책을 언제든 사서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근처 서점에서 원하는 만큼 책을 사서 집에서 책과 놀이하는 그의 환경이 지금의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단골 서점에서 외상으로 책을 사보는 어린 하바를 상상해 보니 꼬마의 진지함이 귀엽다.


하바는 성인이 된 후에도 하루 3~4시간씩 독서를 한다.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빠져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빨리 읽어 버리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하는데 그의 말처럼 빠지는 연습도 해봐야겠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이 될 수도 있는 책을 정성스럽게 소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방법입니다.'라는 그의 생각이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에도 나타난다. 그는 회사의 매출을 올리거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책이라는 것이 나쁘지 않네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매년 1%씩 증가시켜 30년을 이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이다. '세심한 마음과 사려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운영해야 하는 일이므로, 회사를 키우려고 집착하는 순간 스스로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노벨상이 우리의 20배를 넘고 한해 독서량도 3배가 되는 그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가깝지만 먼 이웃인 일본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배울 건 배우고 우리만의 내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억울할 일이 없을 것이다.


세대를 이어가는 책 읽는 문화를 대중으로 확산시키려는 자세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낼 것이다. '책은 방안에서만 읽는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도 상관없다. 생활 속 이곳, 저곳에 책이 있다. 서점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책이 밖으로 나가면 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관점에서 정보를 모아서 분류하고, 그것을 연관시켜 가치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다. 하바의 책장 편집은 기존의 장르를 따르지 않는다.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을 가면 사회 과학, 인문 과학, 자연과학 대분류를 한 다음 사화 과학을 정치, 경계, 법률로 인문 과학을 역사와 문화로 다시 나누어 소분류 한다. 책이 독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하바는 책장은 '책과 책 사이에 논의, 낙차, 비약 등이 엿보이는 의외성'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의 의식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은 그의 책장 정리 방식과 과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나는 하나가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 수만큼 무수히 많은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은 그의 관계성에 대한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마치 '나는 아직 내가 아닙니다. 내가 읽어갈 수많은 책들 속에서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나는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과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책들과의 나의 관계성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왜 글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과 함께 책을 통해 느끼는 지난날의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5년 전, 10년 전 나는 어떤 책들을 만났었고 그 만난 책들 속에서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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