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스페인의 맛]-권혜림

by 조윤효

북유럽풍의 책 표지 느낌과 제목이 주는 호기심이 내 손길을 이끌었다. 핵가족이지만 친정이나 시댁은 한 번씩 모이면 번호를 매겨야 할 만큼 사람이 많이 모인다. 당연히, 한식으로 식사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음식의 가짓수와 버려지는 음식 그리고 설거지가 식당 수준이 된다. 하루 세끼 같이 먹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분주함으로 가끔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대화시간이 먹고 마시는 준비와 정리로 바뀌어버리는 듯하다.


오래전에 본 티브이에서 40명이 넘는 가족의 식사 준비를 하는 유럽의 가족모임이 너무도 단출해 놀랐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서너 가지 준비해두고 가족 구성원이 각자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아먹고 자신이 먹은 그릇은 씻어서 제자리에 둔다. 그리고 와인이나 음료수를 마시며 서로 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족 문화라는 생각을 했었다. 집에 가족들을 초대하는 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스페인의 음식 문화를 사진과 함께 잘 소개한 글들이다. 몇 가지 음식들은 간단하게 집에서 따라 해보려고 한다. 피아노 전공 후 기자가 되어 스페인 음식 미식가가 된 권혜림 씨의 살림법이 궁금하다. '내 인생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블로그를 시작하던 시점이 페르 마라타(음악 기호 중 정지를 내포하고 있다)라는 기호가 붙어 있는 때가 아닌가 싶다'라는 말에 그녀의 블로그를 둘러보았다. 블로그에 올린 그녀의 주된 주제는 스페인 음식이다. 사진과 함께 소개된 글들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 킨다. 그녀의 블로그 시작이 책이라는 과정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음식은 문화를 담고 있다.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 나라 음식을 맛보고 만드는 방법 그리고 그 기원을 알아 가는 방식도 재미있을 듯하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정열과 게으름이 잘 조화를 이루는 나라처럼 보인다. 미식가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남다른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잔 술의 안주로 제공되는 소량의 음식인 '타파스'는 독특하다. 그들은 이 음식을 정을 나누는 요리라고 한다. 술과 곁들인 안주는 대화자들의 간격을 좁혀주는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에 대한 이야기는 음식을 만드는 일로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그가 운영했던 식당 '엘블리'에서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1대 1000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초빙 교수로 요리를 연구(사람들은 그의 요리를 분자 요리라고 부른다.)하고 가르친다. 인간 삶의 절반 이상인 음식은 문화와 함께 그 지역을 사는 사람들의 사상과 역사를 담고 있다. 삶의 질을 올리고 건강을 지켜 주며 인간관계의 원활할 윤활유 같은 역할이 음식을 나누는 문화의 근간인 것이다.


독특한 것 중에 하나가 미식협회 장소 '초코'라는 식당이다. 한 번에 100명도 수용할 수 있는 대 규모 식당이지만 오직 회원만을 위해 운영된다. 남자 회원만으로 구성된 (최근에는 소수 여자 회원을 맞이 했다고 한다.) 멤버들이 그 식당에서 직접 요리하고 회원들과 만든 음식들을 나누 먹으며 대화하는 사진은 인상 깊다. 물론 식사 후 설거지도 멤 머들이 다른 팀들을 위해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다고 한다. 미식가 남자들의 손에 의해 준비된 음식이 맛도 있을뿐더러 가정이라는 공간이 아닌 사회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의 맛은 그 나름 독특하고 맛깔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초간단 식사인 '판콘 토 마데'는 꼭 한 번 해봐야겠다. 토스트 한 빵 위에 마늘을 바르고 그 위에 으깬 토마토를 바른다. 그리고 소금을 뿌리고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 간단한 음식이며 건강식인 것 같다. 저자의 어린 딸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는 말에 식감이 더 궁금해진다.


무더운 여름철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차가운 수프 '아호 블랑코'의 맛도 궁금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콩국수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스페인의 음료수인 상그리아의 제조법은 신선하다. 레드 와인에 설탕과 시나몬을 넣은 후 오렌지 주스나 진 등을 추가로 넣고 다음으로 자른 과일을 넣어 먹는 음료수란다.


그녀 책의 후반부는 올리브 오일과 치즈 그리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우리나라 고추장, 된장, 장 이야기처럼 올리브 오일, 치즈 그리고 와인은 그들의 전통이 되어 음식 문화의 큰 밑그림이 되는 것 같다.


나만의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맛이 파는 것과 비교해서 떨어지지만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밀을 사용해 아침에 맛있는 냄새를 집안 전체에 선사하는 갓 구운 일상 빵 만들기를 곧 이루어 낼 듯하다. 빵에 요드 몇 방울을 떨어트려 반죽하면 빵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빵의 글루텐 성분이 소화를 방해하는데 빵과 함께 콩가루를 같이 곁들여 먹으니 위에 부담이 덜 가는 것 같다. 밥도 좋아 하지만 아침엔 신선한 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갓 구워낸 빵 맛을 좋아한다. 밥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건강에도 이로운 빵을 손쉽게 만들어 내기 위해 주말 아침은 밀가루 반죽으로 아침을 맞는다. 비닐봉지에 반죽된 빵을 넣고 발로 꼭꼭 눌러 주고 1~2시간 발효를 시켜 두면 빵의 질감이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들이 가득하다. 가끔 익숙하지 않은 음식도 만들어 봐야겠다. 삶이 다채롭지 않다면 매일 접하는 일상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보는 재미를 가져 보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스페인의 여러 음식들을 맛보는 계획을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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