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뜨고 진다. 인류 역사 또한 별 같은 인물들이 뜨고 지고 있다. 우리는 그 별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던진 20세기 난폭한 혁명가 체 게바라 평전을 읽어버렸다. 700쪽이 넘는 두께감을 들고 다니며 그의 삶의 무게까지 느껴졌다.
책의 시작 부분에 그의 활동 시절의 흑백사진들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생애 마지막 사진인 눈을 뜨고 죽은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듯하며 눈에서는 왠지 모를 광채가 느껴진다. 어린 왕자의 미소 같은 느낌과 예수의 초상화의 한 면을 닮은 듯한 그의 마지막 사진은 책을 보면서도 중간중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글의 서두와 말미 부분에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는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체는 한 번도 눈을 감아본 적이 없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기나 에세이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거대한 대륙에 수십 개의 나라가 있지만 스페인어를 쓰는 공통점이 있어 나라 간의 이질감이 덜한 것 같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쿠바의 혁명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언어로 인한 단절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를 평생 따라다녔던 천식이 오히려 그 삶을 밀도 있게 살도록 돕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과도한 활동과 다른 사람들보다 두배, 세배로 밀도 높게 살았던 날들'이라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수영, 승마, 럭비 같은 운동을 좋아했고 체스 마니아로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꽉 찬 시간을 살았다고 한다.
24살 구형 오토바이 일명 '포데로사'를 타고 지인 알베르토와 남아 메리타를 7개월 간 여행을 했던 그의 경험이 인생을 바꾼 큰 계기가 된다. 추키카타마 광산 채굴장에서 머물면서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보상 없는 일상에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된다. 그는 추키카타마를 시간의 연속성을 끊어버린 곳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쉽게 끝날 리 만무하다는 게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여행 중 '단 한 사람이나 단 한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트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 최고의 문명이라 여길 수 있는 잉카문명을 이루어낸 인디오의 자손들은 알코올과 콜라맛에 길들여져 있고 복종이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들은 마치 약물과 알코올에 길들여진 것처럼 체념과 인종에 익숙해져 있다.'라고 여행 중 일기에 기록한다. 파블로 네루다 시를 사랑한 본명 에르네스토가 증오했던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눈 하나 깜짝 않고 라틴 아메리카에 멍에를 지우는 미국의 정치 지도자와 기업가 들이였다. 의학도였던 젊은 체 게베라의 라틴 아메리카의 여행은 일종의 게시 역할을 했고 추키카미타와 마추픽추를 지나면서 혁명의 부화기를 보낸 것이다.
나환자 촌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의 노동자와 농민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그는 혁명가로서 '인간을 위한 늑대처럼, 억압받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싸움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다짐으로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지만 사람들에게 그는 체 게바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체란 '나' 또는 '나로서는'이라는 뜻이다. 체 게바라가 말할 때 그 특유의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쿠바 혁명 전 그의 별명이 이름이 되어 더 많이 알려졌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일다와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공통점이 서로를 끌어당긴 매력이 된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포기해야 된다는 데도 생각이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결국은 승리자가 될 개인에게 모든 게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라는 그녀의 말에 젊은 그들의 사상이 신선하고 열정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이며, 고고학자, 작가, 언론인, 사진사, 시인, 체스 선수였던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 성공을 위한 게릴라 전사였고 이어 쿠바 국립은행의 총재, 장관 그리고 대사직까지 수행한 다면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나>는 집요하고 어김없이 바로 <우리>로 향하고 있었다. 즉, 그는 각각의 면이 다른 쪽을 보고 있다가는 결국은 한 데로 모이게 되는 만화경 같은 인물이었다.'
쿠바 혁명 공조자가 된 피델 카스트로와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라틴 아메리카 민중을 해방시켜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39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그의 죽음을 알리는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이 실려있다. 시대의 영웅을 보내는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쿠바 혁명을 위해 게릴라가 되기 위해 체력단련 훈련에, 병원 근무, 자기만이 하고 있는 연구, 정치 관련 칼럽 집필과 대륙 발전 이전 시대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 등에 매진하다 보니 하루 다섯 시간을 자기도 어려웠다는 글을 보고 인간이 가진 신념이 마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 키우면 약 5센티미터 정도 자라지만 바다에 두고 키우면 1미터가 넘게 자란다고 한다. 사람도 같은 느낌이다. 체 게바라가 자신의 나라 아르헨티나만 보고 살지 않았다. 크게 남아메리카 대륙을 향한 사랑이었고, 당시 사회주와 민주주의라는 지구촌의 큰 두 가지 사상으로 나누었을 때 그는 사회주의를 위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의 정신적인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아프리카 콩고까지 가서 게릴라 작전을 펼 수 있었던 것이다. 쿠바 혁명의 주인공으로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콩고로 달려가고 또한 남아메리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볼리비아에서 다시 한번 혁명을 위한 게릴라로 돌아갈 수 있는 그의 정신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그의 글 중 그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글귀를 곳곳에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부모에게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제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마세요. 나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슬픔을 무덤까지 가져가리.....'
쿠바 혁명을 위해 산속 생활 중 '신입 대원들을 가르치기 위해 밤이면 인문과학 강의를 하고 낮에는 전사들 훈련을, 밤에는 그들의 정신을 다듬었다.'라는 표현이 인상에 남는다. 그의 말처럼 '글자를 모르면 왜 총을 잡는지도 이해 해지 못한다.'라는 말과 '내일 자유라는 빵을 쟁취할 수 있다면 오늘의 배고픔쯤이야 견딜 수 있지 않은가?'라는 말로 많은 젊은 혁명가들을 이끌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펼치는 전사들과 자유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민중들의 협조가 어우러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혁명이라는 공통적인 명사를 얻게 하였다.'라고 후일 쿠바 혁명 성공 이후 체는 말한다. '게릴라는 그 사회의 개혁자이다. 그들은 힘없는 형제들을 치욕과 빈곤으로 내몰고 있는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싸운다. 게릴라는 그 바탕도 그렇고, 무엇 보다도 농지의 혁명가이다. 결국에는 땅을 갖지 않은 농민이 한 사람도 없게 할 뿐만 아니라 놀고 있는 경작지도 없애는 법을 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는 체의 근본 이념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쿠바는 미국 압력단체가 니켈 광산의 90%, 공공 서비스 80%, 철도의 50% 게다가 영국인 들 까지 합치면 석유 산업의 대부분과 대형 농장 대부분이 외세의 손에 놓여있었던 상태였다.
'인간은 정치적 삶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때가 오면 나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내 목숨을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누구도 착취하지 않고,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라.'는 신념을 가진 체 게바라는 자신의 뼈를 어디에 묻을지 모르겠다는 일상의 말이 그의 운명이 되었다.
'별이 있는 꿈은 깨어 있는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한다. 체가 쿠바 혁명 성공 이후에도 청색의 군복과 별이 새겨진 베레모를 고집했던 이유가 그의 맘속 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던 건 아녔을까?
가진 자가 자신의 이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집념이 가지지 못한 자가 뺏고자 하는 힘보다 강하다고 한다. 결국, 미국 웨싱턴의 결정은 체포된 체를 사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결국 그는 아름다운 눈을 뜬 상태로 세상과 작별하지만 그의 사상은 여전히 남아메리카 대륙을 생생하게 살아가고 있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얼마만큼 위대한 인물을 이끄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체 게바라 평전'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할 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