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가끔 어릴 때 엄마의 잔소리가 기억이 난다. 뭐를 해도 야무지지 않은 어린 자식들에게 엄마는 끊임없이 훈육의 노래를 부르셨었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직업이 있어야 남편에게만 의존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단다.' '젊음은 그 자체가 아름다워 싸구려 티셔츠만 입어도 이쁘다.' '딸은 부모가 이뻐해 줘야 남편에게도 이쁨 받고 산다.' '형제간의 사는 정도가 비슷해야 의상 하지 않고 잘 산다.'.... 그때는 고리 타분한 옛이야기 같았으나 살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그녀의 삶을 통해 터득된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인문 고전 도서를 읽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을 굳이 현대에 배워야 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저자는 고전에서 전해주는 인간 삶의 변하지 않는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보여준다.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는 옛것을 배워 지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의 또 다른 책 '말공부'도 몇 년 전에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책을 통해 '삶의 저력은 오래된 지혜에서 나온다.'라는 것을 알 것 같다.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의 변화를 읽고, 사람을 경영하며, 일하는 원리를 알아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책의 흐름은 익숙한 고사와 책들 그리고 위인들의 일화를 통해 지식이 지혜로 변화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안내한다.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좋은 습관 형성, 제대로 말하는 법, 알고 있는 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습관이 오래되면 천성이 된다. 역사를 바꾼 위인들의 공통점은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쟁 중에도 '일리아스'라는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고, 나폴레옹 또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을 들고 다니며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처럼 '당신의 진정한 모습은 당신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행위의 축적물이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성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오랜 시절부터 인간의 습관이 어떻게 인생을 만들어 내는지를 통찰의 눈으로 이야기해 오고 있다. 또한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이유를 '우공 이산'이라는 고사를 통해 전해 준다. 남이 보기에 어리섞어 보일지라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목적 달성을 할 수 있다는 고사이다. 즉, 거대한 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큰일도 작은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정조의 삶을 다룬 '역린'이라는 영화 속 정조의 대사가 너무 감명 깊어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었다. 저자 또한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정조의 대사를 소개해 준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 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뀐다. 온 정성을 다해 하나씩 배워 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마더 테레사의 또한 작은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위대한 일을 할 수는 없다. 단지 위대한 사랑을 가지고 작은 일을 할 수는 있다.' 성공학의 대가 오그 만디노 또한 이야기한다. '성공의 비결은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잘하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 철없는 여고생들의 입담이 듣기 거북하셨던 미술 선생님이 수업 전 칠판에 크게 쓴 글이 난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 말을 제대로 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공자가 제자 사마 우에게 이야기하길 '인한 사람은 말을 참아 신중하게 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세계적 유명한 화술가의 공통점으로 TPO(time, place, occasion)를 이야기한다. 말해야 할 때 말해야 할 장소에서 상황에 맞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진정한 화술가가 갖춰야 하는 능력이다.
알고 있는 것을 삶에서 실천하라는 조언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삶이 앎이 되고 앎이 삶이 되는 단계'를 추구해야 한다. 양명학의 철학적 바탕인 '지행합일'이란 '자신이 아는 것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되어야 하고, 삶은 자신이 실천하려고 하는 진리를 끝없이 찾는 과정이다.'
세상의 변화를 읽어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은 옛것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변해야 하며, 물음이 곧 배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공부와 독서에서 지식을 얻는 것과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 두 가지의 균형을 강조한다. 또한 공부와 휴식의 중요성을 말한다. '놀라운 발견은 일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일에서 잠깐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때나 취미 생활에 몰두할 때 떠오를 때가 많다. ' 이를 전문가들은 '세렌디피티'라고 한다. 즉, 놀이와 휴식을 통해 출력하는 삶을 살라고 한다. 탈무드의 말도 인상 깊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은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예전의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지나간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라고 한다. 처칠의 자서전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이야기한다. '멀리 되돌아볼수록,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일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정확하게 아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질문하는 방법을 잃어버리는 과정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세상과 삶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이 사라질 때 삶은 그저 생존의 터전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 전문가의 시대, 정보화 시대는 내가 원가는 것이 어디에 있는 지를 아는 노웨어 (Know-where)와 그 분야의 전무가가 누구인지를 아는 노후(Know- who) 그리고 삶의 철학을 잡아 주는 노와이(know- why)가 필요하다고 한다. 노와이의 능력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저자의 핵심 생각인 것 같다. '인문학은 왜를 통해 본질을 찾게 하며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진실을 찾는 학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즉 사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그냥 해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해답을 찾도록 이끌어 가는 인문 고전을 읽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는 힘이 길러진다. '
사람을 경영하라는 편에서 알렌산드로스 대왕의 예를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 최고 철학자인 아리스토 텔레스의 제자였던 그는 문학적인 역량과 철학적인 깊이를 갖춘 왕이었다. 점령지에서 무력이 아닌 문화를 통해 정복지를 다스린 즉 점령지 문화를 존중할 수 있었던 대담성이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그의 유언은 감동적이다. 그의 관에 구멍을 내어 한 손이 밖으로 나오게 하라고 했다. 자신의 죽음조차도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 큰 성군 다운 태도다. '내가 아무리 많은 나라를 정복하고 많은 것들을 가졌지만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빈손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깨닫게 하고 싶다.'
일하는 원리에 대한 내용도 도움이 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역경을 기뻐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과 일과 공부에 몰입해야 하며,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구하라고 한다. 노자는 말했다. '남을 아는 것은 지식이지만 자신을 아는 것은 현명함이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는 진정으로 강한 자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처 활용하지 못한 채 낭비되는 재능을 '그늘에 놓인 해시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는 노력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일상이 쌓여야 한다. 바람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돌탑은 정성과 인내의 시간이 함께 이루어 낸 힘일 것이다. 그저 되는 게 없는 게 인생이라는 걸 살아가면서 더 느끼는 것 같다.
역경을 기뻐하라는 편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괴로움을 피하지 말라. 괴로움은 인생의 본질 중의 하나다. 인생에 괴로움이 없다면 만족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깊은 골짜기가 있을 때 산은 높은 법이다.' 미국의 NASA에서 우주 비행사를 뽑을 때 실패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택한 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패의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과 공부에 몰입하라는 편을 통해 다시 한번 몰입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습관처럼 하는 일이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수십 가지의 생각들이 튀어 오른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습관이 일이든 공부든 몰입의 경지를 맛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남다른 결과를 만드는 사람은 특별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귀곡자'라는 인물을 만나야겠다. 전국 시대 다양한 분야에 능통했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듣는 이름이라 장바구니에 책을 넣어 두었다. 중국 최고의 심리학 책으로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전략서라고 한다. 단지, 그의 사상을 잘 이해할 힘이 내게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전들을 통해 위인들의 사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최고의 문해력이 필요하다. 만남은 이렇게 연결되고 삶의 그림을 바꾸게 할 수 도 있다. 예견된 만남은 설렘을 부른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편은 조급증이 심한 현대인들에게 진정제 같은 글들이다. 멀리 보고 크게 꿈꾸되 단기간에 이루려 하지 말라는 조언은 소중하다. 자꾸 조급 해지는 마음을 살짝 내려나 본다.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며, 큰 소리는 시끄럽지 않고, 큰 모양은 형체가 없다.' 노자는 물과 같은 리더가 최상이라고 했다. '물은 만물에게 생명의 근원이 되지만 자신을 결코 높이는 법이 없다.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위대함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부린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리더이다. 모난 정이 아니라 물처럼 유연하게 흘러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수천 년이 지나도 인간 삶의 고뇌와 욕망은 변함이 없다. 자신을 아는 현명함을 가지고 개별적 삶에서 물과 같은 리더십으로 세상을 향해 유연하게 웃을 수 있는 일상을 이끄는 자극을 주는 책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