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명화가 말하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지음

by 조윤효

신과 인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시기의 이야기다. 호메로스가 직접 썼다기보다는 장님인 그의 이야기를 누군가 기록했다고 한다. 서양 문화의 가장 깊숙한 뿌리가 되는 신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이야기의 소재와 삶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깊은 산중 샘물과 같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힘을 주는 책이다. 트로이와 그리스의 10년간의 전쟁이 막연한 과거의 상상이 아니라 실존한 사건에 덧붙여진 이야기라는 것을 독일의 고고학자 슐리만이 유적지를 발굴함으로 밝혀졌다. 40살의 슐리만은 어릴 적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던 기억을 가지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트로이의 역사를 세상 밖으로 살포시 내놓은 것 같다. '역사는 사실 탐구만 하는 학문이 아니라 상상을 따라가는 행위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 중심의 트로이 전쟁 서사시와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의 모험 이야기인 를 쓴 작가다. 하지만, 그가 실재 인물인지 두 서사시를 직접 썼는지에 대한 사실은 미확인이라고 한다.


아우쿠스투스의 명을 받아 트로이 장군 이이네이아의 유랑을 노래한 는 고대 로마 시인인 베르길리우스의 유작이다. 그는 신화와 관련된 내용은 와 에서 차용했고 11년간 집필에 몰두했으나 소아시아로 답사 여행 중 열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는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주크 버그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선사한 책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시적 표현들에 매료되어 3번 정도 읽었던 것 같다. 단테의 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천국, 지옥 그리고 연옥의 여행자로 등장한다. 단테 또한 그의 문학적 능력을 흠모했기에 자신의 작품에서 그를 살려 낸 건 아닐까? 베르길리우스의 시적 표현력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신들의 연회 자리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에게 주는 사과”를 던져둔다. 미의 여신인 아프로 디테와 제우스의 아내 헤라 그리고 전쟁의 신인 아테나는 서로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곤란한 처지의 제우스는 인간인 양치기 피리스에게 결정을 미루게 된다. 여신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파리스의 선택을 얻고자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게 해 주겠다는 아프로 디테의 제안을 선택한 파리스는 그리스의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여신의 도움으로 얻게 된다. 사실 파리스는 트로이를 불바다로 몰고 갈 운명이라는 신탁 때문에 산에 버려졌다가 다시 왕자로 인정받아 살게 된 트로이의 왕자였다. 예언처럼 그는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의 불씨를 만든 것이다. 당시 여러 왕국으로 이루어진 그리스는 에게해를 지나 흑해를 가는 길목에 있는 트로이가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라 한다. 마침 헬레네 납치 사건은 그리스 연합 군이 트로이를 공결 할 수 있는 별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해상 국가들의 욕심, 즉 흑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인 것이다.


신들이 인간처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그리스와 트로이를 돕는다. 그 당시 삶의 이해되지 못한 부분의 해결책으로 신들의 힘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신이 만능하다는 능력의 전제와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사건들을 합리화하기 위해 신들도 인간과 동등하게 실수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가진 불완전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책들이다. 그래서 신과 인간의 관계가 가장 가까운 시기가 이때가 아녔을까? 시대를 거쳐오며 인간의 신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져 결국 불완전한 감정을 가진 신의 영역은 사라졌다. 결국, 신은 전능하나 인간의 마음으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신적인 존재로 부상된 것 같다.


<일리아드> 편에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은 전쟁 중 트로이 여자 2명을 붙잡았지만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포로를 취하자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와의 전쟁을 거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아킬레우스의 갑옷으로 무장한 그의 친구 파트로 클로스가 트로이와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에게 죽게 된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복수를 다짐한다. 여신인 어머니 테티스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가 토스가 만든 갑옷과 투구를 아들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는 아킬레스에 의해 죽게 된다. '아킬레스 건'이라는 표현은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의 불사의 삶을 소망해 저승의 스틱스 강에 아이를 담근다. 발 뒷굽 치를 잡고 담가 유일하게 약한 곳이 아킬레우스의 뒤꿈치다. 그리스 장군인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의 공주 폴릭 세네에 반해 신전에서 그녀를 만나는 도중 그의 약점을 알게 된 공주의 오빠 파리스가 발 뒤꿈치에 쏜 독화살에 맞아 죽게 된다. 에는 아이아스, 아킬레우스, 파트로 클로스, 아가 멤논과 그의 동생 메넬라오스,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가 등장한다. 인간적인 욕망과 시기를 그대로 들어내는 영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현재까지 글을 쓰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하고 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7년이 걸렸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았기에 신들의 노여움을 산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간 그는 그의 아내 클리 타임 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살해된다. 뿐만 아니라 클리 타임 네스트라는 그녀와 아가멤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오레스 데스를 살해하고자 하지만 딸인 엘렉트라가 이사실을 알린다. 결국, 오레스 데스는 그의 어머니와 정부를 죽이게 된다. 신화의 단편들이 심리학의 용어가 되어 여전히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자 아이가 어머니를 꺼리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것을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불리는 이유가 된다. 반면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꺼리고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불린다. 신화를 이용해 인간 심리를 해석하는 근거를 담고 있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스테디셀러 된 것 같다. 어른을 위한 신화, 아이들을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전히 그 존재감이 강하다.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 데스 뒤를 따라다니는 복수의 여신의 그림이 강한 인상을 준다. 신들은 그의 죄에 대해 유, 무죄를 판결하지만 결국 아테나가 오레스 데스의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그의 죄는 사해지나 결국 미쳐서 죽게 된다.


<오디세이아>에는 다양한 신화들이 봄철 꽃들처럼 매번 다시 태어난다. 태양의 신의 딸 키르케는 오디세우스 부하들에게 술과 음식을 주고 돼지로 만들어 버린다. 헤르메스가 준 마법의 약초를 마신 오디 세이스는 키르케로부터 부하를 구하고 다시 여행을 이어간다. 세이렌의 유혹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7년이나 같이 살면서 오디세우스를 붙잡고 있었던 칼립소는 신들의 요구로 그를 포기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베를 짜고 풀면서 그의 귀향을 기다린다. 아들 텔레마코스 또한 귀향이 늦어지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고향을 떠나기 전 오디세우스는 친구 멘토르에게 자신의 아들을 잘 이끌어 주길 부탁했었다. 우리가 요즘도 흔히 쓰는 멘토라는 기원이 오디세우스 친구 이름인 멘토르에서 기인한 것이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여신들의 도움으로 페넬로페의 구혼자 무리들을 물리 친다. 하지만 안정된 생활도 잠시 오디세우스는 다시 모험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아이네이스>는 그리스 군에게 진 트로이 장군 아이네이아스가 이탈리아로 새로운 땅을 건설하라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 떠나는 여정 이야기다. 아프로디테가 신들을 유혹하는 것을 지켜보던 제우스가 이를 제지하고자 인간인 안케 세스를 사랑하게 만든다. 결국, 안케 세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네이아스는 여정 중 발생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옛 어머니의 땅'인 이탈리아로 가서 다른 종족을 다스린다. 베르길리 우스가 와 의 신화를 연결했던 장면이 소개되어 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의 거인 폴리페몬스를 오디세우스가 그 눈을 찔러 탈출한 후에서 아이네이아스도 만나게 된다. 파리스에게 선택받지 못한 헤라는 줄곧 트로이를 방해했던 것과 같이 아이네이아스 항해 또한 지속적으로 방해한다. 결국, 이탈리아에 도착한 일행은 그곳의 왕인 라 티누스의 환영을 받고 신탁에 의해 아이네이스와 왕의 딸인 라비니아가 결혼하면서 로마 왕국의 시조를 선사한다.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시벨레 이야기나 여전사 카밀라의 이야기 또한 여러 가지 각도록 그 후 책 속에서 생명을 이어간다. 괴물 새 '하르피 이아'의 그림은 다른 판타지 책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시절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후손들에게 상상력의 근원을 제공한 그리스 로마 신화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매번 새롭게 태어날 것 같다. 수많은 신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들의 상상력 또한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 로마 신화들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책들 사이사이에 명화가 주는 전달력은 망각이라는 흙모래를 가라 앉히는 비와 같다. 그림도 재미있고 그와 연계된 내용을 말풍선을 달아 놓아 이해도 쉽다. 인간의 상상력은 우주와 같이 그 한계가 없다. 삶의 곳곳에 신을 심어 두고 어려운 역경을 극복해 낸 인간의 지혜가 응축된 것이 신화인 것 같다. 오늘을 위한 신들을 한 명씩 불러내 본다. 벌써 새벽의 여신이 그녀의 전차를 타고 하늘을 쓸어내리고 있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태양신은 그녀의 분주함에 마지못해 하루를 위한 태양을 높이 뛰우기 시작한다. 잊기 쉬운 상상력과 삶의 호기심을 다시 불러일으켜주는 책을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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