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안쪽에 소개된 작가 소개를 봤다. 약간 물에 젓은 머리카락이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녀는 전문 작가다. 또한 그녀는 독서 모임을 정기 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작은 균열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독서 모임이 많을 때는 9개까지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개최해 오고 있고, 어떤 모임은 9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책은 타인의 생각을 읽고 만나는 과정이다. 사람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책을 주제로 모이는 사람들의 독서 모임은 책을 중심으로 그 사람들의 생각을 만나는 직접적인 방식이 추가된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한다는 느낌과 같은 책을 보고 7~8명 이내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느낌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이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어른이 되면서 속내를 맘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을 잃은 것 같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수다 떨며 작은 것들에도 맘껏 먼지를 일으킬 수 있었고, 혼자 감당하지 못할 일을 붙들고 부끄럼 없이 주머니 뒤집듯이 쏟아내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홀로 감 뇌한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자신의 외로움을 들켜도 좋을 좋은 친구가 그래서 삶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이리라.
10년 독서 모임을 통한 저자의 경험 결과물이다. 독서 모임을 10년 했다 함은, 우리 인생을 100으로 잡았을 때 10분의 1을 책을 통한 만남이 삶의 여정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독서 토론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만나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음을 말해 준다. 그녀의 책은 '독서 모임 내용, 아픈 경험에서 배우기, 실패 경험에서 배우기, 타인의 경험에서 배우기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독서모임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그 길이가 짧았다. 리더가 아니라 서포터의 입장이다 보니 주도적인 영향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독서 모임의 3가지 원칙으로 자율성, 비밀의 원칙, 뗏목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독서 모임은 통제나 강요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멤버들이 책에서 발견한 자신의 아픈 경험을 쏟아내더라도 비밀을 지켜 주는 존중감이 있어야 한다. 뗏목의 원칙이란 독서 모임은 강을 건너는 뗏목일 뿐 사랑을 주는 곳이나 사교를 위한 곳이나 사랑을 받는 곳이 아니다. 즉, 생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다. 단지, 모임자들이 하나의 나무가 되어 서로 연결하여 원하는 곳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생각을 가질 때 오래갈 수 있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그녀의 역할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화자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타인의 경험에서 배우는 공간이 바로 독서 모임이다. '독서를 통해 자기를 성찰한다는 것은 외부에 투사했던 모든 문제를 끌어와 자기 안으로 끌어안는다는 뜻이다.' 그 끌어안은 문제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과정이 독서 모임이다. 책을 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발견할 때, 왠지 모를 위안이 되는데 같은 책을 보고 같은 공감을 쏟아내는 타인을 만나는 일은 오랫 만에 만나는 옛 친구 같을 것 같다.
'모든 개인이 하나의 소우주이고, 모든 개인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신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것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모든 타인의 경험이 내 내면으로 통합된다.'라는 문구를 보며 책을 보는 행위가 타인의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보면 미처 스스로 생각지 못했던 추상적 생각들이 안개 걷히듯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한다. 그런 동일한 과정을 통해 태어난 저자들의 책 속에서 무한한 생각의 범주를 만나는 여행은 즐겁다. '타인의 삶을 소우주나 신화 이야기로 존중하는 방식이 몸에 배면 타인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내면에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랑이 풍부해진 사람의 그 첫 번째 수혜자는 자신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가끔 타인을 변화시키려는 헛된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시도를 포기할 때 비로소 자립과 자율의 주체적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내게 필요한 또 하나의 조언이다.
마음속에 머물 공간이 있느냐는 소제목을 보며 생각해 본다. 수십 가지의 생각들이 바람에 물결이듯 하루를 울렁거리게 한다. 그 흔들림 속에 오로시 나만을 위한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고요를 만들어 내는 힘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면 속 타도가 흔들린다. '부모에게 마음을 달래는 경험을 제공받지 못한 아이는 부모가 했던 것처럼 모든 불편한 감정을 바깥으로 쏟아내는 방법밖에 배우지 못한다.'라는 저자의 말이 내가 생활하는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내밀한 심리적 공간 속에 자신의 경험과 감성을 간직할 수 있는 법은 말이나 책이 아니라 행동으로 더 잘 전달된다. 내면의 심리적 공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두고 소화시킬 수도 있고 갈등을 줄이며 해결법까지 깨달을 수 있는 내적 고요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그 고요한 공간을 신성화시키는 방법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독서 모임에서 심리적 자기 경계가 약한 사람들을 만나며 저자는 그 원인을 이야기한다. 유년기에 견고한 자기 개념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정서적으로 자녀를 침범하는 부모가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아 자녀의 심리적 경계를 무너 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자기 걱정을 한없이 자식에게 털어놓는 엄마나 술 취한 체 화내는 아버지의 감정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저 불안한 감정 공동체를 형성했기에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희생시켜서라도 가족이 평화롭기를 소망한다고 한다. 몇 달 전 언니 친구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혼자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 젊은 삶을 마감한 선화 언니의 착한 아들이 떠올랐다. 힘겹게 다시 삶의 궤도를 향하는 선화 언니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실체 없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때 삶의 에너지가 절약되어 보다 창의적인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고맙다. 그러기 위해 심리적 자기 경계 확립이 필요하다. 내가 해결 못하는 감정은 아이에게 전이되어 동일시된다고 한다. 부모가 세상 그 자체인 아이들은 부모 행동을 고스란히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가장 우선 되어야 할 항목이 바로 '나를 다스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생의 에너지의 근원을 자기 보존 본능인 에로스와 자기 파괴 본능인 타나토스를 이야기한다. 에로스뿐만 아니라 타나토스 영역의 에너지 또한 삶의 추진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타나토스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우리 사회 즉 식민지의 분노, 전쟁의 분노, 가난의 복수심이 사랑과 불안감의 대립과 소망과 시기심의 대립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랑하기, 시기하기를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물건을 사고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게 만드는 행위나 살 수 없는 또는 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결핍감을 만들어 내면의 억압된 시기심을 촉발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총체적이고 기본적인 역량을 환상, 상상력, 표현력이라 이야기한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삶의 비전을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비전을 구체화시키는 방법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자기만의 인생을 창조할 수 있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삶의 비전은 만들어냈으나 그 비전을 구체화시키는 창의성의 농도가 낮다. 그래서 열심히 생각하고 책을 보고 있다. 그 목적지는 뚜렷하나 그곳으로 나아가는 길이 안개에 싸여 그 안개를 걷히게 할 힘을 생각해 본다. '중년기 이후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라는 저자의 제안이다. 종교가 제 역할을 수행했다면 정신 분석학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융의 말을 인용한 글귀가 설득력이 있다. 빅터 프랭클 또한 '로고 테라피' 즉 신에 의한 치료와 영적 치유의 효과를 이야기했다. 그 보이지 않는 안개길을 신의 따뜻한 입김이 인내와 지혜 그리고 용기로 당당하게 걸어갈 힘을 줄 것 같다.
마지막 부록에는 독서모임에서 사용했던 책들의 소개가 들어가 있다. 인간 심리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많다. 자신을 아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된 아량에서 베풂과 사랑이 피어 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개개인의 삶이 만개될 것이다. 삶은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이다. 서로에서 따뜻한 위로의 말과 미소가 자칫 황량해질 수 있는 사막 같은 삶에서 꽃들이 지천인 넓은 들판으로 바뀌는 것이다. 타인들을 피워낼 꽃들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으로 대할 때 내 안의 꽃도 만개하리라. 그래서 삶은 축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책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마음의 다리를 만드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힘을 얻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