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부럽다. 쏟아져 나온 말들은 주어 담을 수 없고 찰나의 존재로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글은 생각을 통해 눈과 손의 협력으로 하얀 종이 위에 그 존재감이 강하고 오래간다. 말은 일상으로 누구나 쏟아낸다.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다는 책의 제목이 인상 깊다.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이다. 그의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그의 글쓰기의 배경이 된 청와대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넣어두었다. 왠지 모르게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꾸미지 않고 소탈했던 모습이 그의 생가를 다녀온 뒤 그의 삶의 색깔이 맘에 들어서 일까..... 글 중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인품이 느껴지는 글귀를 접하는 것도 좋았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참으로 요란스럽다. 지나고 나면 그 가치가 보이지만 당시 그 소용돌이 속에서 타인의 삶을 위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쏟아 낼지라도 외면당할 수 있다.
책을 통해 강원국 저자의 개인 삶도 보였다. 9살의 나이에 암으로 엄마를 잃고 재수해서 서울대학에 들어가고 첫 대학 미팅에서 서울말 쓰는 지금의 부인에게 한눈에 반한 시골 출신인 그의 정서의 향기가 느껴진다. 아련함과 순박함이 그의 삶의 색깔은 아닐까. 어려서 엄마를 잃는 경험은 평생 모성애 적인 갈증을 동반할 것 같다. 유난히 예뻤던 막내 이모가 3살밖에 안된 민성이를 세상에 내려두고 하늘나라로 간 어린 시절의 내 추억이 기억난다. 민성이가 남겨 두고 간 손수건에서는 아기의 향기를 간직 한채 여러 해 동안 나와 함께 있었다. 가끔 조카 민성이가 궁금해진다. 벌써 성인이 되어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책은 정말 물 흘러가듯이 쉽게 읽힌다. 그는 이야기한다. 첫째, 평소 말하는 만큼 자주 쓴다. 둘째, 구어체를 사용한다. 셋째, 먼저 말해 보고 쓴다. 생각의 넓이를 말이 따라잡을 수 없고 말의 수만큼 글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과 말의 관계를 나란히 두고 자주 말과 글이 만날 때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글을 쉽게 잘 쓰기 위한 저자만의 방법은 낯설지 않다. 말과 글의 기본이 되는 힘과 말하기 글쓰기의 기본 태도 등등 여러 면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 정보가 많다. 쓰다 보면 마치 집안 인테리어 꾸미듯이 덧 데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한 표현법과 경쾌함은 글이라는 긴 여행에서 여행자의 배낭을 보여 준다. 고수의 여행자는 가방이 가볍다고 한다. 글을 잘 쓰는 고수 또한 그런 가벼움으로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보여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수시로 메모하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휴대폰 어플에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했던 일이 잠깐 이루어지다 어느덧 일상의 옷더미에 묻혔다. 다시 불러 내야 겠다. 메모는 적은 노력으로 얻는 최고의 효과라고 한다.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메모하는 습관은 생각으로 끓어 올린 수증기다. 그냥 놔두면 어느 순간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메모라는 판을 그 끓어오르는 수증기에 대다 보면 어느 순간 물방울이 맺히듯 그렇게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하는 습관 또한 좋은 글을 낚기 위한 낚시 바늘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낚시 바늘은 물음표를 닮아 있다. 일상의 물결 속에 질문이라는 낚시 바늘을 던져둘 때 대어를 낚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관찰의 힘'을 이야기하다. '낯설게 보면 직관이, 헤아려 보면 감성이, 자기 자신을 보면 성찰이 담긴 글이 나온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보는 방법과 초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주목은 타인에 의한 수동적 보기라면 관찰은 자신이 선택한 능동적 보기이다. 주목이 아니라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 다운 글을 쓸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정과 처지를 스스로 알아 줌으로써 억울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쓰기 위해 공감하고, 공감하기 위해 써라!'
글쓰기가 말하기, 소통, 지도력 등으로 확장된 저자의 경험담도 도움이 된다. 내 안에 표현되기를 기다리는 많은 감정이 있다. 살아오면서 그 많은 감정을 외면해 왔다는 것과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을 말로 들어내 글로 쓰면서 자신의 감정과 마주치는 것이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문자화 된 자기와 마주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참으로 설득력 있는 말이다.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정 쓰기의 치유 효과를 이야기한다. 내 안에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쓰다 보면 그 감정에서 헤어 나와 꼭 남의 일같이 쓰여진다고 한다. 뇌의 넋두리에 공감해 주는 기분이 들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알 수 있고, 또한 일어날 일중에 감당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사람들보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진다고 한다. '감정 그 자체가 글쓰기의 소재이다.'
말 못 하는 사람이 없다. 글을 말처럼 써낼 수 있다면 글 못쓰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써요?'라고 질문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어휘력을 늘릴 수 있어요?' 또는 '어떻게 하면 문장력을 키울 수 있어요?'라고 질문하는 게 맞다고 한다. '글쓰기 역량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단지 글공부만이 아니라 인생 공부이기도 하다.'라는 말은 기억해 두고 싶은 글귀다. 100세까지 쓰는 습관을 들이면 몰입이라는 감정으로 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습관과 몰입은 일심동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습관적으로 쓰면 주로 쓰는 주제에 몰입하게 되고, 특정 주제에 몰입하면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 습관은 몰입을 낳고, 몰입은 습관을 이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쓰라는 조언도 유익하다. 내가 닮고 싶은 쓰기 모델을 정하고 문체와 스타일에 빠져보는 경험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암송과 필사는 문장의 여러 형태를 터득하게 하는 힘이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활동이 독서다. 톨스토이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지혜를 얻는 3가지 방법으로 명상, 모방,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 세 가지를 다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독서라고 한다. '독서는 명상하게 한다. 남의 생각을 읽는 독서는 저자의 생각을 모방하는 행위이며, 독서는 간접 경험이다.' 고전 3권만 정독해도 고전의 '프랙텔 fractal'을 확인할 수 있으니 30권 읽은 것과 진배없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 책,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만나라고 한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쌓이고 그 이야기가 글이 된다.' 영화 흥부의 대사 말 소개도 좋다. '꿈을 꾸게. 그 꿈을 글로 전하게.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이 좀 나아지지 않겠나?'
글을 잘 쓰는 실제적인 조언이 많다. 그중 하나가 '첫 문장은 짧아야 한다. 그리고 약간 뜬금없어야 궁금해진다.'라는 말에 가끔 그런 오를 범한 내 글이 떠오른다. 서두에서 글이 길어지거나 너무 식상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나답게 살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일관성을 띄게 된다.', '지구에 살면서 자원을 소모하고 훼손했으면, 그간 배우고 깨닫고 느낀 것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고 갈 의무가 있다.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야 한다.'라는 저자만의 글쓰기 소명이 아름답다. 책 속 한 줄 만나기는 늘 읽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저자의 책에서 소개된 간디의 묘비명이다. '내 삶이 곧 나의 메시지다. My life is my message.' 자신의 삶을 메시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다. 인류를 위한 메시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식을 위한 메시지로 살아갈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