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책인 시공]- 정수공

by 조윤효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서술해 가는 책을 읽고 난 후 독자인 우리는 소모된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본전을 생각한다. 책인 시공이라는 책은 책을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소제는 새로울 것이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디서 읽어야 하고 책을 언제 읽어야 할까 '그리고 '왜 읽어야 하나 '등에 대한 생각들이 책 전반에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읽을 만한 이유가 있다. 시선을 살짝 다르게 보면 제법 재미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독서라는 관점으로 그 나라 문화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책 사이사이에 책을 읽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흰 백발과 세련되게 갗춰입은 옷들이 공원의 벤치에서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멋스럽다. 세계 패션을 주도했던 나라답다.


동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서점들은 책 읽는 문화가 서민의 전반적인 삶에 아주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식료품 가게나 슈퍼 옆에 위치하고 있는 서점과 그리고 서점의 주인이 책의 내용을 고객들에게 들려준다. 또한 자주 방문하는 단골손님에게 권할 수 있는 편안하고 정감이 도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책과 생활이 잘 어우러진 프랑스 인들은 삶을 예술로 바꿀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한 것 같다. 멋스럽고 정겹다는 느낌이 든다. 동네 터주 대감으로 몇 세대를 거쳐 존재하는 서점은 서민 정신의 휴식을 돕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서점이 점점 없어지고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한 도서의 구입은 왠지 인간 관계의 단절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동네에 있는 서점들이 누구나 편안하게 책과 놀다 가고 책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책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공유해 가는 삶이 부럽다. 문화는 만들어진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는 어떤 가게들이 즐비하고 있는가? 어떤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또한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책에 대한 그의 생각들 중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 남겨 본다.

" 책의 네 번째 장점은 자연과의 접촉이다. 책과의 접촉은 눈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촉각과 후각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책과의 만남은 의미 이전에 '모양과 무게, 색깔과 감촉, 그리고 냄새가 먼저 온다.' 책과의 접촉은 종이와의 접촉이고 나무와의 접촉이고 숲과의 접촉이고 숲에 있던 다른 식물들과 동물들과의 접촉이고 그 숲에 비치던 햇빛, 그 숲에 불던 바람, 비, 눈과의 접촉이기도 하다. 나의 몸이 태어나고 나의 몸이 돌아갈 자연과의 만남, 그건 전자책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종이책만이 지닌 특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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