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성전 지음

by 조윤효

'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라는 말이 읽는 동안 계속 떠올랐다. 신이라는 단 한 분의 존재를 두고 인간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수천 년 동안 신을 갈고닦아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그 신은 삶의 물결 속에서 조금씩은 다른 위치를 차지했을 것이다. 신에게 매일 수만 명의 사람이 복을 달라고 기도한다. 신이 있다면 상당히 시끄러운 소음을 듣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복은 신이 주는 게 아니라 내 일상에서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복 짓는 행위 없이 복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다. 복을 짓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타인을 대하는 작은 행위도 복이요, 상처 주는 말이 아니라 격려와 사랑의 말로 복을 짓을 수 있다. 부모님께 잘하는 것 또한 복 짓는 일이다. 작은 복에서 시작해 조금씩 더 큰 복을 지어가는 삶이 자신의 복을 끌어당겨 줄 것이다.


신을 섬기는 사람의 글이 궁금해져 빌린 책이다. 책의 왼쪽 페이지들은 불경에서 나오는 귀한 삶의 조언을 담은 글귀가 흑백의 꽃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오른쪽 페이지는 성전 스님이 불경과 관련된 설명과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성전 스님이 당연히 여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여성스러움이 묻어 있고, 자연의 변화와 감정이 섬세해서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다. 읽고 나서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건장한 남자 스님이라 살짝 놀랬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드물다. 그러니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라는 입보리 행론의 글로 시작하는 책은 안으로 들어가는 대문을 쿵쿵 두드리는 신호 같다. 사랑, 행복, 마음, 지혜, 수행이라는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에서 보듯이 가치 있는 삶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 소양들을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열린 가슴으로 나누고 사는 일, 그것이 바로 복을 짓는 일입니다.'라는 스님의 말을 생각해 본다. 열려 있다는 말은 환영의 의미다. 삶의 모든 것들에 대한 자세가 바로 열린 마음 자세다. 내게 오는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향해 환영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마음의 문을 꼭꼭 잠그는 게 아니라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더 넓고 다양한 삶을 맛보는 것이다.

'사랑은 내가 작아지는 것입니다. 작아서 끝없이 섬기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 작은 모습으로 만나 서로를 섬기는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나를 키우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자신이 더 커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이를 경계하라는 뜻일 것이다.


'아주 작은 삶은 아주 큰 삶이 짓는 미소를 볼 수가 없기도 합니다. 삶을 무한히 확대하면 사랑과 자비와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삶을 무한히 축소하면 이기와 불행과 만나게 됩니다. 삶을 확대해 나가는 힘은 아낌없이 주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아낌없이 보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나누고 보듬는 것이 생명의 아름다운 자기 모습입니다. 외롭다는 것은 내 삶이 작다는 것입니다.' 삶을 크게 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아낌없이 주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버리고 또 버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에 생각이 깊어진다. '잠은 순간의 죽음이고, 죽음은 영원한 잠'이라는 말을 통해 삶과 죽음에 그렇게 경계가 없다는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가 매일 갖는 하루가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라는 말은 비장함을 준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스스로에게 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했다는 일화와 닮아 있다. 마지막 이 하루가 사랑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날마다 정확하게 배달되는 하루는 감동이 될 것이다.


'받은 은혜는 돌에 새기고, 준 은혜는 모래에 세기라'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준 것에 대한 기대를 하다 보면 서운해지고 서운해지면 관계가 멀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저 내가 받은 고마움만 가슴 깊이 세기고 보답하며 살아 가야 복이 된다.


글 중 햇살에 무게애 대한 이야기가 신선하다. 봄의 햇살은 가볍고 여려 음악의 장조 같고, 가을의 햇사은 무겁고 느린 단조 같다고 표현한다. '모든 초목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명랑한 햇살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모든 것들을 익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겁고 느린 햇살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겠지요.'라고 이야기하신다. 가볍고 여린 장조 같은 봄이 왔다. 하지만 내 삶의 계절에서는 모든 것들이 익어 가야 할 무겁고 느린 햇살이 필요한 시기다. 햇살은 지구 만물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햇살의 무게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겠다.


'흐르는 물에 떠내려 가는 사람의 마음은 조급합니다. 그러나 언덕에 서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여유롭고 평화롭습니다.' 미움이나 걱정의 마음은 흐르는 물에 자신을 담그는 것이다. 그냥 지나가 버리게 두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것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인내의 마음이 필요하다. 언덕에 서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움은 미움으로 갚을 수 없고 걱정은 걱정으로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 때 언덕에 설 수 있다는 말을 새겨 두어야 할 것 같다.


'좋은 집, 좋은 물건은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내 소중한 시간과 육신의 소진을 통해 얻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월 속에 육진의 소진을 통해 얻은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유물이 없어도 기쁘게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하는 생활의 기술이다. 소유물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지만 여전히 갖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탐욕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이 삶의 질을 결정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고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다른 그 사람이 지어온 복의 크기를 부러워해라.'라는 말에 복을 짓는 일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만족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이 미래를 걱정하는 번뇌를 없애 준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마음에 창살이 사라지면 세상 모든 것을 안을 만큼 큰 자유가 된다는 말에 혹여 내 마음속 창살이 나도 모르게 나를 가두지 않고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삶은 선택입니다. 소유의 갈증 속에서 사느냐, 무소유의 충만 속에서 사느냐, 위대한 선택의 사람이 되길 발원합니다.'라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가볍게 살아가는 삶을 지향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교만한 마음으로 천년을 살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하루를 사는 삶이 오히려 아름답습니다. 인생의 가치는 긴 시간이 아니라 존재의 바른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하고 겸손이 지혜라는 것을 알기까지 너무 먼 세월을 돌아서 왔다는 스님의 말씀을 명심해야 한다. 겸손이 지혜다. 지혜를 갈구하기 위해서는 겸손을 먼저 몸에 베이게 해야 한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는 의복에 불과하다. 의복이 내가 될 수 없다.


'삶이 허황될 때 말이 많아지고 삶이 진지 할 때 침묵한다.' 타인과 침묵으로 대화하라는 말씀은 참으로 어려운 수행이라는 것을 안다. 말이 진실이 될 때까지 인내하는 수행이 침묵이라고 한다. 침묵이 나와 말 사이의 거리를 지우듯 내 한마디 말이 당신과 나를 하나 되게 하면 좋겠다는 글을 통해 침묵 수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직업상 절대 할 수 없지만 주말에는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말이 진실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갈길이 아직 멀다.


인생길에 대한 표현도 깊고 진하다. '젊어서는 길을 모르고 늙어서는 길을 향해 갈 기력이 없다. 황혼이 슬픈 것은 이렇게 그냥 져야만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하신다.

'시간이 쌓아 올린 나를 지우는 일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 나를 지울 때마다 맑고 깨끗하고 텅 빈 모습으로 다가오는 마음 그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이 문구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나를 지우는 일 그리고 그 지워진 마음을 만날 때 느끼는 행복. 일상의 수행을 생각해 본다. 겸손한 마음으로 침묵을 지키며 나를 지워가는 수행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쓰는 모든 이들이 이렇게 복을 짓는다. 어리섞어질 수 있는 수많은 자아들을 흔들어 깨워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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