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 관련 책을 4권째 보고 있다. 내 아이도 학교 밖 교육을 결정하고 걸어가고 있어 타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관련 책들을 읽게 된다. 삶이 안개 낀 여행지 같다. 무엇이 앞에 있는지 아직 보이는 게 없지만 그 종착지는 안다. 안개가 걷히고 분명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인생만큼 행복한 삶도 없을 것 같다. 유아기, 어린이,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으로 가는 길은 부모의 가이드가 중요하다. '편한 방법'으로, '내 삶도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 시기 부모가 들여야 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내 삶을 더 중요시 한 부모였다는 자책에 미안함이 든다.
인생 시기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유아기와 청소년기라는 생각이 든다. 천재성, 창의력, 호기심, 상상력이라는 신의 선물을 들고 태어난 아이들의 기질을 억누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시기가 유아기이다. 이 책의 저자 준규 엄마 김지현 씨의 현명한 양육법이 그 기질들을 하나씩 살려 낸 것 같다.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나뭇가지와 모래 놀이, 고무줄이나 신문지 활용해 놀기, 아파트라는 어른이 살기 편한 공간이 아닌 불편하고 좁지만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좁은 한옥을 선택한 그녀의 실천들이 준규의 잠재성이 하나씩 피어나도록 도와준 것 같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얼마나 집중해 주고 내 삶의 불편을 감수하고 아이에게 맞추고 있는지 겸허하게 반성하게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들이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노력을 하는 게 교육이다. 저자 또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육아 관련 서적의 도움을 받았고 더 중요한 건 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실천한 자세가 본받을 만하다. 누구나 단발성으로 할 수 있지만 목표를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기는 싶지 않다.
아이에 대한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그 본성에 대한 존중이 근간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13살 준규를 보고 '주체적인 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찬사는 그 어떤 수식 용어보다 멋있다. '영재 발굴단 꼬마 로봇 공학자의 성장 보고서'라는 수식어보다 더 값진 표현이다. 학교 밖에서의 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방향성이라는 그녀의 말에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눈에 바로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길게 보고 하나씩 같이 찾아내기 위한 부모의 인내심과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일상을 가지는 게 학교 밖 공부의 중요한 핵심이다. 학교 밖 배움에 대한 선택 후 아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라는 교사이다. 인내심, 존중감 그리고 아이의 길에 등불이 되어줄 빛을 만들기 위한 공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으로 아이의 잠재되어 있는 끼를 조용하게 흔들어 깨워줄 그런 현명함을 부모가 갖추어야 하는 게 홈스쿨링이다.
책을 통해 나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녀의 말처럼 학교라는 큰 배에서 내린 아이를 나라는 작은 배로 옮겨 왔다. 자 이제 어떻게 함께 항해해 나가야 할까? 서둘러서도 안되고 재촉해서도 안된다. 준규의 성향 중 내 아들과 닮은 부분이 많아 놀랬다. 승부욕이 강하고 본인의 실수를 잘 안 받아들이며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아 6학년 때까지 선생님의 아이 성향 난에 언급이 되어 있다. 자기 고집이 세고, 한번 시작한 일은 마음에 들 때까지 시간에 상관없이 한다는 게 공교육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림 하나를 그리더라도 디테일을 살리려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못한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녀석의 그림이 평범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빨리 학교 밖 교육을 결정을 내렸어야 했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종이 접기에 대한 부모의 안내는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 아이 또한 종이 접기에 빠져 하루 종일 접기를 했던 때가 있었다. 색종이 여러 장으로 만든 로봇은 감히 7살 아이가 접었다고 보기 힘들 만큼 완성도가 높았었는데 그 길을 꾸준하게 끌어 주지 못한 게 아쉽다. 아직도 집안 구석구석 아들의 손때 묻은 작품들이 과거의 향수를 보여준다. 부모의 현명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내 삶의 어떤 부분을 내 아이를 위해 버렸는지 생각해 본다. 준규 엄마는 아이를 위해 일대 신 전업 주부를 선택했고, 불편하고 좁은 집에 전 세계인을 초대해 아이에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노력을 했으며, 아이가 가진 기질을 누르기보다는 그 기질에 부모가 맞춰 주는 여행을 과연 나는 했던가...... 읽으면서 이기적인 나 자신이 보였다.
지금은 내 아이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2번째 시기인 청소년기를 걷고 있다. 유아기만큼 중요한 게 청소년기이다. 이 좋은 황금 시기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청소년 시간에는 삶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시기라고 본다. 통이 넓고 정신적으로 자신을 지탱해줄 큰 기둥을 세울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긴장이 된다. 책을 읽을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길어짐을 안다. 처음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을 가져 부자로 잘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학습에 눈이 가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삶의 조언들을 들으며 아이가 좋은 업으로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떤 장기를 살려주고 키워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색이 깊어지는 최근에는 아이에게 바라는 부분이 좋은 업도 아니요 좋은 대학도 아닌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 여정을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도와 줌으로써 존재의 가치가 큰 삶으로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청소년기인 이 시기에 정신적 성장을 돕기 위한 독서와 다양한 경험 그리고 좋은 멘토를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다. 이제야 첫발을 떼었기에 책이라는 스승을 더 만나야 한다. 삶은 경험하는 것이다. 삶은 누리는 것이다. 삶은 내 영혼이 꽃처럼 활짝 피어 날 수 있는 단비가 되어야 한다. 생각의 폭포수를 쏟아 내야 하는 시기이다, 두렵지만 내 안에 끼고 살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내 품에서 벗어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해야 한다.
준규 엄마를 통해 좋은 조언을 얻었다. 방법보다 방향성이 필요하다. 한 달, 한주 분량을 정해서 진행하는 학습이 느슨해지는 마음을 다잡아 줄 것이다. 토요일 오후 외부인과의 의도적 만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단순한 학습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삶의 계획이 필요하다.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아이가 학습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학습 성향이나 패턴, 흥미 분야를 배우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기 실천이 필요하다. 어느덧 수동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한 준규라는 표현 속에서 나의 아들 영진이도 보였다. 준규의 엄마 김지현 씨의 말에 학습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점검해 본다. 학습은 꾸준한 인내심이 중요하고, 자발성이 비롯될 때 집중력이 올라가고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학습의 내용보다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함께 어떤 사람으로 자라야 할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고 그 에 필요한 역량을 공유해야겠다. 혼자 만이 아닌 아빠의 역할 또한 함께 의논해 봐야겠다. 함께 방향을 정하고 함께 노 저어 가는 삶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게 삶이다. 함께라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학교 밖 교육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는 책을 세상에 선물한 저자에게 감사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