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고 그는 걸었다. 마치 한석봉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떡을 썰고 아들은 글을 쓰듯이. 홈스쿨링을 하는 아들에게는 시간이 많다. 대부분의 수업이 자신의 노트북을 가지고 하는 수업이라 게임의 유혹이 만만치 않다. 아이맘을 깔아 놓고, 게임 차단과 온라인 속의 하루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녀석은 부모 설정 모드 비밀 번호를 쉽게 알아낸다. 이번이 네 번째다. 비밀 번호를 어렵게 바꾸다 보니 정작 부모인 우리가 기억이 안나는 불상사가 일어 난다. 확률 계산으로 아마 로또 번호도 잘 맞출 거라고 남편이 우스게 소리를 한다. 새벽 5시에 아들을 깨워 주고 나는 그를 위한 간단한 아침거리를 배낭에 넣어 주었다. 남편은 지정된 장소에 아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나갔다. 하이킹도 여러 번 째다. 처음은 나도 같이 걸었다. 주말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바닷가를 따라 해안도로를 걷는 것은 낭만으로 시작했다가 좌절로 끝난다. 힘든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아 꾹 참고 걸었었다. 그리고 며칠을 근육통과 함께 생활했었다.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평일 새벽 하이킹 시작 장소에 데려다주면 점심 전까지 혼자 씩씩하게 잘도 걸어온다. 가방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판타지 책을 2~3권 챙겨 가서 마치 개선장군처럼 씩 웃고 들어오는 녀석을 미워할 수가 없다.
아들과 남편을 보내 놓고, 읽던 책을 중단하고 '성장 비타민'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 지난주에 산 중고 서적들 중에서 아직 읽을 순서가 아닌데 새치기를 시켰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해줘야 할 46가지'라는 말 때문에 부모로서 해야 할 일들을 방송 작가인 송정림 씨의 아이디어를 밴치 마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것은 누가 뭐래도 자녀 교육이다.'라는 그녀의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내 부모님이 우리 형제들에게 쏟아 주신 정성과 사랑을 채무자인 내가 아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사랑은 그렇게 물처럼 세대를 타고 내려가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녀의 아들 고1 재형이의 그림이 책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푸른빛이 감도는 그림들은 아직 그의 꿈이 하늘처럼 파래 더 나아갈 우주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책 중간에 인생에 대한 그림은 공감이 많이 간다. 한 남자가 서류 가방을 들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여러 굴곡의 다리를 허겁지겁 뛰어가고 그 사이에 약간의 꽂도 보이고 삶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그림이 배경이다. 그리고 다리 아래로는 끝도 없을 것 같은 깊은 암흑은 재형이의 사색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밝고 괜찮은 아이로 키워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두께감이 없어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이다. 슬픔 속의 위안이며, 불행 속의 희망이고, 나약함 속의 힘, 그것이다. 어머니는 사랑과 자비, 동정과 용서의 뿌리이다.'라는 칼릴 지브란의 인용문으로 시작하는 첫 글은 존재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아들에게 위안, 희망,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깊은 강물 같은 사람이 되어 주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다스리는 마음과 삶을 배우는 겸손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내 어머니의 말씀이 울림처럼 들려온다. '자식 가진 부모는 남에게 악한 일을 할 수 없단다. 혹여, 나중에 내 자식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말씀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바르게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부모는 의연해야 한다. 아무리 큰 일에도 차분하게 해결책을 찾는 지혜를 가져야 하고, 행복에 겨워 너무 들떠서도 안되며, 삶이 누려야 할 축제임을 보여주는 인생 선배의 자세를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는 나의 말이 아니라 나의 행동으로 듣고 보고 느낀다는 말을 명심해 본다. '부모는 아이가 처음 만난 스승이자 맨 마지막까지 남을 스승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에 스승 같은 부모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들은 바쁜 삶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바쁠 수 있는 생의 의욕이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가치관이 긍정적이고 예의 바른 꿈 많은 재형이를 존재하게 만든 것이다. '어머니는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는 사람이고, 사랑은 남을 나로 느끼는 신비한 기적이다.' 그래서 부모가 되어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생겼난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꼭 해줘야 할 46가지 중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좋은 친구 만들어 주기'편은 다시 한번 우정을 생각해 보게 한다.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을 친구로 둘 수 있는 안목과 자신이 그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친구는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인용 말이 우정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사춘기 시절 친구는 삶의 활력이었고 행복이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그 삶의 빛깔이 그리워진다.
'수시로 칭찬하고 상 주기'라는 편에서 소개된 한 대한 학교 교장의 상장이 인상 깊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상이 벌보다 훨씬 힘이 강하다. 그 교장 선생님은 '000 위 학생은 앞으로 000을 잘할 것이므로 상장을 수여함'이라는 문구로 먼저 상을 주신다고 한다. 그 상을 받은 아이들은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상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는, 나도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이다.'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된다. 홈 스쿨링 하는 아들에게 상을 미리 주어야겠다. 주말은 제대로 된 상장 도안을 만들어 액자에 넣어 주어야겠다. 5개 국어 마스터한 상, 한자 책을 다 마스터한 상, 인문독서 100권 읽기 완료상, 중등 검정고시 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상.... 하나씩 시기적절하게 사용해 봐야겠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 두어 늘 독서하는 생활이 몸에 베이도록 해주라는 말은 내 실천 사항과 같아 안도가 된다.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라는 앤드류 랑그의 인용 말이 좋다. 요즘 거실에 늘어나는 책을 보는 기쁨만큼 큰 것 중에 하나가 창가에 2주마다 새롭게 집안으로 초대되는 꽃들이다. 보랏빛 국화는 그 생명력이 길다. 수수하게 뿜어 내는 꽃의 자태가 스승의 날 받은 핑크빛 카네이션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아들과 내 삶이 이렇게 조화롭고 아름답게 가꾸어 지길 기도해 본다.
'악기를 가르치라'는 말은 중요한 삶의 요소다. 삶을 노래하는 사람은 절대 절망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요즘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아들 녀석이 가끔 스트레스받을 때 조합되지 않은 음들을 집안 곳곳에 뿌린다. 그리고 다시 고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몰입해서 음화 시키는 과정 자체가 울퉁불퉁 모나기 쉬운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자신을 가꾸는 끌이 될 것이다. '어떻게 아이를 웃게 하나?'라는 말에 반성을 했다. 해야 할 일과 미래에 온통 정신을 두다 보니 현재 아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그를 웃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를 관찰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언제 행복한지 시간을 갖고 지켜보고 실천해야겠다. 가족과 따뜻한 추억 만들기, 공연 같이 보기, 재미있어하는 것 함께 찾기, 가족끼리 회의하는 시간 마련하기, 너를 이해한다는 말 건네기,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외치게 하기, 함께 존경하는 사람 찾기,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 찾아 주기, 많이 생각하기가 아니라 깊게 생각하는 법 알려주기 등등..... 부모에게 많은 숙제를 내주는 책이다. 그 중 '많이 생각하는 것과 깊게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생각이 많으면 번민하기 쉽습니다.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성찰을 의미합니다.'라는 말은 내게도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깊은 생각을 통한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일은 알고 보면 먹을 것도 많고, 즐거운 것도 많다. 그런데 그 맛을 잘못 느끼고 심심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 인생은 잔치인데 대부분의 바보들은 굶어 죽는다.'라는 저자의 말도 공감이 간다. 삶은 축제다. 축제는 즐기는 것이다.
키워내는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그 삶의 발자취가 아름답다. '우리가 사는 일은 사람이 사람에게 스며드는 삼투압 과정과 같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삼투압처럼 서로에게 스며들어 삶의 길에서 앞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주변도 둘러보고 행복함을 만들어내고 여행 과정을 즐겁게 함께 만들어 가야겠다. 아이가 자라면서 실수하고, 좌절하고 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못한다가 아니라 아직 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저자의 말도 꼭 실천해야겠다. 그녀의 이륙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비행기가 이륙하려면 긴 거리를 온 힘을 다해 최고 속도록 달려야 비로소 뜰 수가 있다. 하지만 막상 한 번 뜨게 되면 계속 하늘을 날 수 있다. 청소년 기란 이륙하기 위해 긴 거리를 온 힘을 다해 최고 속도로 달려야 하는 아직 뜨기 전인 그 동안을 잘 인내해야 하는 기간이다.'
사람은 세 번 태어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 것이 첫 번째요, 사랑할 때 두 번째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자각할 때가 바로 세 번째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세 번째로 태어남을 준비하고 있는 내게 가장 큰 스승이 책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를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아들을 둔 부모라는 타이틀이다. 신이 모든 인간을 돌볼 수없어 대신해서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신이 주신 소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는다. 책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등불이 되기도 한다. 저자처럼 멋지게 아들을 키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