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릴 시간이 촉박해 급한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도서관에 나란히 잠들어 있는 책사이를 오가며 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조금은 안전하게 읽어도 될 책일 것 같아 새롭게 인연을 만들었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같다. 다양한 맛을 한 컵에 이곳저곳에 넣어 두고 각각 다른 맛이 한 통에 어우러져 있다. 두 명의 저자들이 잘 조화를 이루었기에 한 화음이 나온다.
리더라 함은 단지 조직을 이끄는 사람만을 한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 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인용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현대인의 욕망은 자기 내부의 진짜 욕망이 아니라 남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것처럼 좇는 결핍의 역망이다.' 내가 원하는 진짜 욕망을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삶의 리더로 대접하고 그에 맞는 지식과 지혜를 넣어주어야 한다.
책은 좋은 리더를 넘어 삶의 리더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기질을 이야기한다. '아, 사, 판, 행, 관'을 큰 주제로 그와 관련된 자질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된다. 주로 고사 성어와 관련된 일화를 짤막하게 다루기 때문에 쉽게 일독이 된다. '아'는 '나'라는 뜻이다. 삶의 주인이 되려면 먼저 나를 알고 나를 잘 세우라는 뜻이다. '사'는 '생각'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리더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판'은 판단을 의미하며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이란 '행동'을 의미하는데 판단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관'이란 '관계'를 의미하고 관계를 잘 다루는 리더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잘 다스리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며, 그 생각을 토대로 판단과 행동을 실천함에 있어 사람과의 관계도 잘 다룰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리더가 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암기 과목 외우듯이 앞글자만 따서 '아, 사, 판, 행, 관'을 마음 한 중앙에 두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라는 편에서 소개된 인상 깊은 구절들이다. '뜻과 행동은 위와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아래와 견주라.' 삶의 균형을 잡아줄 말이다. 삶을 훌륭하게 살아간 이들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멘토 삼아 뜻과 행동을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봐야 긍정적인 자아로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 법률 스님이 강연 때 한 말씀이다. 어떤 상황이든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인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인정이다. '나 자신을 보고 나 자신에게 들으라' '나의 잘못을 말하는 자가 나의 스승이다', '인생에는 내편이 되어 주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내 허물을 깨닫게 해주는 스승도 필요한 법이다', '사람의 폐단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데 있다.' '스승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남을 가르치려는 권위 의식이 아니라 낮은 자와 함께 가려는 소통의 마음이다'라는 저자들의 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를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 욕망들이 생활 속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그때 마다 이 글귀를 생각해 봐야 겠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인상에 남는 글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정한 소신과 원칙대로 살아갈 때 매화처럼 향기를 품어내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사' 편에 나오는 글귀들이다. '잠깐의 화가 평생의 허물이 된다', '하나에 집중하여 흩어짐이 없게 하라', '큰 의심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가장 좋은 조언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아무것도 믿지 말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으니 옳아 보이는 현상도 의문을 품고 달리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아 보인다' 인간은 바다를 보고 나서야 냇물이 작다는 것을 깨닫는 존재라고 한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책에서 '우리 행성은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라고 지구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 점에 살고 있는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목적과 수단을 결합하는 것이 놀이요, 목적과 수단이 분리된 것을 노동이라 분리한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 징하의 이야기도 소개해 준다. 목적과 수단이 결합된 일을 만들어 내는 힘을 더욱 길러야 겠다.
'좋은 리더란 단점을 끄집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단 하나의 능력이라도 세워줄 수 있는 자이다'라는 말은 조직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을 바라봐야 하는 시선 인것 같다.
'행'의 편에서도 생활에 도움이 될 좋은 글귀들이 소개되어 있다. '빛을 속에 감추어 두라. 오래되면 밖으로 빛난다.' 칼날의 빛을 칼 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의미의 '도광 양희'라는 말은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는 격언으로 간직해 본다. '꽃은 다시 피는 날이 있지만, 사람은 다시 젊어질 수 없다. 밝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현재의 삶에서 행을 실천함에 있어 게으름이 사라지게 하는 표현이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 묘비명이 재미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명쾌한 삶의 해석이다. 부지런히 살아도 죽음이라는 신의 경기 퇴장 티켓은 발행된다. 뛸 수 있을 때, 살아 숨 쉴 수 있을 때 찬란하게 존재해야 한다. 우물쭈물 하기에는 삶은 벅찬 감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 소개된 '메기 효과'를 생각해 본다. 미꾸라지를 기를 때 천적인 메기를 같이 넣어 주면 미꾸라지만 키운 어장보다 훨씬 크고 좋은 미꾸라지를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메기로 대하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책에서 소개된 키케로의 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르는 것은 영원히 어린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역사는 오래된 미래라고 하는 저자들의 말처럼 과거를 살아낸 사람들의 말을 멘토 삼아 삶의 길을 다지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 저자들의 여러 혜안이 담긴 글귀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리더로 길러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 매화향을 풍겨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향기를 선물할 수 있는 인품도 함께 길러지기를 소망해 본다.